#36. 논스에서 사랑의 의미를 다시 찾다.

by empty

이 글을 쓰고 있는 날씨는 굉장히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붑니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니 문체를 존댓말로 쓰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러브레터의 개념으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입니다.


논스에서의 저의 자리는 입구의 정 반대편인 끝에 위치해 있습니다. 블라인드를 걷으면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판다가 잘 씹어먹게 생긴 대나무처럼 보이는 것이 바람에 흩날리고 그 밑으로는 고양이가 한 번씩 지나가곤 합니다. 통유리창이라 대나무 잎이 흔들리는 것도,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해의 위치와 비가 오면 비가 창문에 흘러내리는 모습까지 전부 다 볼 수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멍하니 앞에 있는 잎을 보니 붙어있는 앞집의 시야를 가려주는 것이 꽤나 희생적이고 멋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에 따라, 날씨에 따라 흔들리는 모양도 방향도 다른 것이 운치 있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사랑이라는 단어는 세상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 중 가장 큰 감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진중하고도 고귀한 단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저에게 사랑이란 단어와 사랑한다는 말은 절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무에게나 쉬운 마음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마치 '나는 널 좋아해'라는 듯한 뉘앙스로 말하는 것과는 별개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아는 사랑이라는 단어는 그런 순결하고도 고귀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논스에 와서 이 '사랑'이라는 정의가 달라졌습니다. 정의라고 할까요 의미라고 할까요. 논스에 와서 유일한 큐피드를 만나보니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느꼈습니다. 물론 그 사랑이 가벼운 건 아닙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오히려 많이 그리고 자주 표현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정직하게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하며 고백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사람과 나누는 대화가 너무나도 즐겁고 인간 자체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사랑한다고 외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논스에 와서 느꼈거든요.


모르겠어요. 논스에서 만난 사람들이 모두 같은 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같은 바이브를 지녔기 때문에 제가 사랑한다, 좋아한다, 당신과 대화하는 것이 즐겁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표현하는 것에 인색하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오며 가며 인사를 하다가 하이파이브를 당연하게 하고 친근함의 표시로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려주고 토닥여주고 그런 행위들이 나를 하루하루 바꾸어가는 것만 같아요.


사실, 관계의 발전은 스킨십이라고 하잖아요. 네. 제가 그랬어요. 그게 연인 사이의 깊은 스킨십이 아니라 가벼운 스킨십은 관계 유지와 발전에 굉장한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극 INFP이기 때문에 먼저 다가가는 것보다, 먼저 제 이야기를 꺼내는 것보다는 다정하게 맞이해주는 것을 좋아하고 선호합니다. 먼저 나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대학교를 다닐 때도 수업 중간에 나간다거나 들어온다거나 하는 것을 절대로 못했거든요. 그러다 F도 맞고 뭐 그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무튼, 논스에 와서 사랑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사랑해요. 따듯한 마음을 듬뿍 담아, 사랑해요 모두.

keyword
작가의 이전글#35. 주위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