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글을 쓰는 일

by empty

나의 솔직한 마음은 책을 쓰고 싶었다. 정확하게는 글을 쓰면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전에는 이리저리 방황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이 진심인가, 진정성이 있긴 한 걸까 하는 고민을 했었다.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을 가졌던 때는 2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나는 외로움이 많은 사람이었다. 지금도 다를 것은 없다. 외로움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고쳐지지 않는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든 싫든 평생을 안고 가야만 하는 감정인 것 같다. 애정결핍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유년기의 나는 생각보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것 같은데 왜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가족들은 그러지 못해서 그런 걸까. 누구의 탓을 하고 싶지도 않다. 외로움을 느낀 내 잘못이라고만 생각한다.


그렇게 하나 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감정들을 느끼고 체감하다 보니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 수단으로는 글을 쓰는 것을 선택했던 것 같다. 같은 나이대의 친구들은 너무나도 어리석다는 느낌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싫었고 그런 사람들이 나의 친구들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유치하게 놀기 바빴고 맞지 않는 퍼즐 조각을 억지로 끼워 맞춘 기분이 들었다. 누구를 만나도 그랬다. 욕을 하고 그저 편하게 놀고먹고 하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물론 나도 그러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친구들이 그렇게 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다 보니 이런 관계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을 해서 하나 둘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이유도 모른 채 내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다. 뭐, 본인들에게도 내가 그렇게 메리트 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나의 일화로는 그렇게 해서 4명이 있는 친구 무리에서 빠지게 되었는데 하루는 새벽 늦게 전화가 오더니 지금 술집에 친구들이 다 같이 있는데 우리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할머니 욕 했다고 하더라며 술집으로 나와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난 기억력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 특히나 내가 말했던 것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내 인성이 파탄 나지 않은 이상 친구의 할머니 장례식 장에서 할머니 흉을 봤을까. 장례식장에서는 술에 취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이타적인 삶을 살고 있었고 살아가길 원했던 내가 그랬다고? 하며 잠깐의 생각을 했지만 암만 봐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부리나케 달려갔다. 아무렇지 않게 술잔과 숟가락 세트를 쥐어주며 일단 마시라고 하는 친구들이 너무 역겨웠다. 그래서 술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언제 그랬냐며 대뜸 몰아붙였지만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할머니 욕을 했던 것 같다-라며 나를 몰아가기 시작했다. 그 세 명의 친구가 동시에.


이야기를 하다 그 자리에 모인 네 명의 친구들이 정확한 날짜와 정확한 발언을 설명하지도 못했으면서 그냥 부어라 마셔라 술이나 먹고 놀자 하는 느낌이라서 박차고 나왔지만 쫓아와서 강제로 끌고 가려고 하거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너 이 자리에서 가면 우린 끝이라는 식의 협박도 했다. 그렇게 유치한 친구들을 정리했다. 정리했다기보다는 내 쪽에서 버렸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하나 둘 주위를 정리하다 보니 내 주위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남은 것은 술과 글을 쓰는 행위뿐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글을 하루에도 몇십 개씩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다. 글을 쓰는 어플은 아니었지만 어플 내에서 쓴 글만 족히 3,000개는 되었던 것 같다. 1년 조금 넘은 시간 동안 쓴 글의 수였다. 그렇게 글을 쓰고 날려버리는 것이 아까워서 어디라도 저장을 해두고 싶었는데 너무 글이 많다 보니 전부 다 옮기지도 못했다.


그렇게 글을 쓰며 누군가를 위로해주고 누군가가 전해주는 위로의 손길이 따듯했다. 사실 그렇게 다가오는 손길들이 그리워서 글을 더 썼던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글을 쓰면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준다는 것이 따듯했고 행복했으니까. 그랬지만 이제는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주체가 되어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이 행위로 책을 쓰게 될지, 돈을 벌게 될지 결말은 모르겠지만 쓰다 보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냥, 글을 쓰는 행위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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