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

by empty

좋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낀다. 단순히 머리로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누군가가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나 자신이 정의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대개 기본적인 역할이 있는데 나는 그 역할들을 제대로 해내고 있지 않다고 느꼈었다. 가령 모든 순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구나 라는 것을 항상 느끼고 있었고 남들과 다른 나의 예민한 성격으로 나 자신을 싫어하고 벼랑 끝으로 몰아갔다.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다른 남자들처럼 덜 민감하고 덜 예민하고 오히려 푸근하고 바보 같은 성격이었다면 나는 정말로 단순하고도 재밌는 삶을 살고 있었을지도 몰랐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 과정들엔 부모님에게 책임전가를 했었던 때도 있었다. 부모님이 무슨 죄가 있어서 그랬을까 이제와 생각해보면 후회가 높디높은 파도처럼 나에게 몰아닥치지만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어렸고 집이 아닌 곳에서의 생활을 거의 해본 적이 없었고 부모님의 울타리, 가족이라는 울타리 밖을 제대로 벗어나 본 적이 없었다. "나 이런 도전을 해볼 거야!"라고 뛰쳐나가 본 적도 없고 무탈한 삶을 살아와서 그런지 부모님 탓을 하다 결국 어렸을 때 크게 혼이 난 뒤로부터는 그 책임전가의 대상이 내가 되어버린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것 같다. 그로 인해 나 자신의 삶은 사라지고 가라앉고 있었으니.


좋은 사람이 된다는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 길을 따라가면 너는 좋은 사람이 되는 과정을 모두 밟은 것이라 이제 모든 사람이 너를 좋은 사람이라고 불러줄 거야! 하는 세상이 아니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말을 아주 많이 듣고 살았다. 왜 그렇게 사냐, 왜 너 혼자만 다른 삶을 사냐, 왜 너만 이상한 생각을 하면서 사냐 하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는데 주변에서 그런 소리를 들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같은 물체를 보더라도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도 달랐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말투, 행동을 보고 저럴 거면 왜 서비스업을 하는 거냐는 짜증 섞인 말투가 굉장히 많았고 자주 나타났다. 그래서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참지 못하고 떠나간 것일지도 모른다. 매사에 불평불만이었다. 나 자신도 너무나도 잘 안다. 그런데 원인을 모르겠다. 왜 그렇게 지나가는 모든 것이 신경 쓰이고 예민하고 한 달에 한 번 마법에 걸리는 것처럼 나는 왜 매일이 그런 마법에 걸린 걸까 생각도 많이 했었다. 기본적으로 웬만한 여자보다 더 예민하고 까탈스럽고 까칠하다. 거기다 평생을 서울에서 살아서 서울 촌놈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사람 성격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더러운 걸 잘 못 본다. 특히 화장실이 더러운 것을 못 참는다. 더럽고 노후되고 쓰러져가는 화장실을 볼 때마다 차라리 안 가고 참고 말지 하면서 넘기곤 한다.


호캉스를 가게 되면 새로운 곳은 절대 가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자주 가서 내성이 생긴 곳이나 나름 깔끔해 보이는 곳을 수소문해서 병적으로 찾아서 깨끗한 곳으로 골라간다. 그렇게 갔음에도 그렇지 못한 시설과 청결상태에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실제로 파스타와 이것저것 즐길 것을 챙겨서 갔지만 너무나도 충격적인 방의 상태에 2시간도 못 있고 나왔던 기억이 있다. 정말 충격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흘러가는 의식대로 이야기를 하니 나도 모르는 샛길에 빠져버렸다.


요즘의 나는 좋은 사람이 된 것 같다. 이런 민감한 내가 많은 부분에서 둔감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물론 기본적인 것은 크게 바뀌지 않았으나 사라마을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마음의 크기가 넓어진 것만 같다. 누군가가 까칠하게 대하더라도 아주 조금은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이 장착된 것 같다. 마음이 넓어졌다. 조금 더 겸손해지려고 노력하고 노력했다. 이렇게 변한 것 자체만으로 좋은 사람이다 아니다를 구분 지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전보다 덜 민감해진 것이 내가 좋은 사람이 된 것과 별 다를 것이 없는 것 같다.


사실 좋은 사람이라는 기준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이런 각박한 사회에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 아닐까. 그래서 논스가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는 곳이 되고 싶은 논스와 일맥상 통한다. 글이 오늘따라 어질고 잘 써지지가 않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 날이 너무 좋아서 자꾸 신경이 다른 곳에 쏠려있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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