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pty Feb 26. 2024

이때까지 살아있는 게 용하다고 했다.

며칠 전 여자친구가 요즘 컨디션이 좋지 않고 힘들다는 이유로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주를 보러 다녀온다고 했다. 나한테도 궁금한 것이 있냐며 물어봤고 나는 언제쯤 죽을까? 언제까지 살 수 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사실 돈을 많이 벌고 싶기도 하지만 그럴 의욕도 의지도 없었기 때문에 이 고통스러운 삶이 언제 끝나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지금부터라도 건강 관리를 하면 20년 이상은 더 살 수 있을는지, 아니면 막내 삼촌부터 아빠의 수순을 밟고 일찍 죽을 것인가가 가장 궁금했다. 그게 내 인생에서 가장 궁금한 질문 중 하나라면 하나였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궁금한 것은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로는 돈을 많이 번다고 했는데 내가 재물 운이나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사주는 있는지 궁금했다.


돌아와서 나에게 이야기를 해줬다.


내가 들은 입장에서 가장 놀라운 말은 내가 이때까지 살아있다는 게 용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심지어 나의 목표는 3년 전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내 가장 큰 목표였다. 그런데 3년 전에 삶을 끝내지 못하고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렇게라도 처절하게 살아가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아직까지 이렇게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이렇게 밤낮으로 술을 먹고 생활습관이 이렇게 엉망진창이 될 일이라면 차라리 그만 사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그렇게 사주를 보고 와서 나한테 이야기를 해 준 것을 정리해 보자면 나는 일단 삼재 중에서도 가장 안 좋다는 삼재를 지나가고 있다고 했다. 올해가 가장 운이 없을 거라고 했고 단어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경찰서나 공공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수 있는 사주가 있어서 올해는 조심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리고 금전운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고 했다. 이 사람은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는 게 제일 낫다고. 사업이나 일 벌이면 안 된다고도 했다. 그리고 일찍 죽는지 오래 사는지에 대한 답은 듣질 못했다. 하긴, 그런 것까지 다 안다면 사주가가 아니라 신이였겠지.


사주를 맹신하지는 않지만 나에게는 이때까지 살아온 게 용하다고 말을 들은 게 가장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나는 음식 앞에서는 입이 짧고 온몸에 영양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리고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고 당부를 했고 이 사람은 손기술이 좋고 꼼꼼하다는 이야기를 했고 용기가 없다고 했나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했나 그래서 늘 이야기를 할 때 제대로 이야기를 못한다고도 했다.


용한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꽤나 신기하다. 태어난 시간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이름과 생년월일로만 이렇게까지 사람을 파악한다는 게 신기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듣는다고 해서 더 열심히 산다거나 노력한다거나 하는 마음은 생기질 않는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이 정도면 나 자신이 문제가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수십 개월 만에 술을 안 마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