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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Mar 09. 2024

돈에 관심은 없는데 잃는 건 무섭다.

다들 그런 건가 싶다가도 문득 한 번씩 생각이 난다. 나는 몇 해가 지나는 동안 돈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말을 한 적도 많다. 돈을 많이 주더라도 내가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면 하지 않을 정도로 돈에 관심이 없었다. 많으면 더 많은 돈을 바라는 안일한 마음이 싫었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지니까 그것 또한 받아들이면서 살았다.


1월부터 지금까지 일을 쉬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아르바이트도 나이가 차서 아무거나 골라서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게 일을 하면서도 모아둔 돈으로 어떻게든 버텨보자라는 생각으로 버텼고 힘들고 고통스럽기도 했다.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게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나만 일을 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생겼고 하루하루가 초조했다.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술을 마시고 약을 먹고 바닥에서 새우처럼 잠자리에 들었지만 내심 마음은 굉장히 불안했다. 쓸 수 있는 돈은 한정적이고 나가야 되는 돈은 월세부터 시작해서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게다가 갑자기 날아온 건강보험료 독촉장까지 모든 것이 나를 압박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게 코인 거래였다.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돈을 활용해서 조금이라도 벌어보자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은 탓에 돈을 넣어두고 오르는지 내리는지 강박증에 걸릴 정도로 그리고 눈이 뻐근할 정도로 계속해서 지켜만 보고 있었어야 했다. 가격이 내려가는 순간 불안해지고 무서워졌고 오를 때는 언제까지 오를까? 조금이라도 더 오른 상태에서 팔아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또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넣어둔 돈을 잃지는 않았다는 점이지만 코인 거래를 하면서 중독이란 게 정말 무섭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계속해서 지켜만 봐야 한다는 그 마음가짐이 정말 무서웠다. 어찌 보면 지금 중독이 되어있는 것일 수도 있다.


돈에 관심은 없지만 잃는 것은 싫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나는 잃는 게 죽는 것보다도 싫다. 내 판단, 내 결정으로 투자한 돈이 사라진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지만 그냥 허공으로 날려 보내는 그 돈이 너무나도 아까워서 분통이 터질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오늘도 역시나 모르겠다. 이렇게 해서 초조한 마음과 아주 조금이나마 불어나는 돈을 보면서 위안을 삼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역시 돈은 정당한 노동으로 버는 게 가장 좋다고 느낀다. 도박적인 요소나 불법적으로 돈을 벌면 나 자신의 마음부터 썩어가는 것 같다. 그런 마음이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넘어가는 순간 다시 구제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람들이 돈 맛이 제일 무섭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돈의 무서움을 느끼고 나서부터는 조금 더 조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쓰는 것도 버는 것도 생각이 많아졌다.


위험하다. 위험해. 돈에 관심 없는 사람이 이렇게 돈 돈 거리기 시작했다는 게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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