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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May 09. 2024

글 쓰기를 포기하면 편해질까

하루하루 더 고통스러워지는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다. 잠을 제대로 잘 자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월세 납입날을 맞이하기가 싫고 두려운 걸까 그도 아니면 이렇게 멍하니 살아가는 게 틀렸다고 생각이 드는 걸까 그것마저도 아니라면 나는 무엇 때문에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걸까. 왜 버티고 있는 걸까 의문이 생긴다.


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도 아니고 일을 하고 있고 회사처럼 한 달에 한 번씩 정산을 받아서 그 돈으로 저축도 하고 생활비로 사용하기도 하고 사고 싶은 것을 사기도 하고 월세도 내기도 한다. 외부인이 나를 보면 아무것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 자신이 느끼기에는 너무나도 큰 결점과 허점들이 보이는 것만 같다.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나 자신에게만 보이는 것들이라고 해야 할까.


글을 매일 쓰고 싶다. 글이라도 쓰면서 표출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술을 마시더라도 새벽 늦게까지 깨어있더라도 요즘은 하고 싶은 것이 없다. 그나마 마지막 발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글쓰기다. 새벽 늦게까지 술을 마시면서 게임을 해도 재미를 느낄 수가 없고 흥미가 생기질 않는다. 일반적인 RPG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극적인 게임을 하다 보니 누군가를 죽이고 물건을 훔쳐오고 하는 게임이라 게임을 하면서도 썩 편한 마음은 아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그렇게 늦게까지 게임을 한다고 해서 현실을 살고 있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건 반대로 생각해 보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즐겨하는 게임을 그렇게 치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게임을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집 안에 게임방을 설치하거나 PC방처럼 과자, 음료 등 모든 것을 세팅하고 게임에 전념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게임을 하고 그렇게 투자를 하는 걸까 싶기도 하다.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이 넘쳐흘러서? 일을 하지 않아도 건물 세를 주고 월세를 받아 사는 사람이어서? 아니면 수익 자동화를 이미 마쳐둔 상황이라?


하나부터 열까지 따지자면 끝도 없겠지만 그들도 사회생활이라는 걸 할 것이고 정말 극소수의 사람이 아니라면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생활을 해야 하는 게 맞기도 하다. 뭐 물론 사회생활을 하지 않아도 돈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즐기고 먹고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생각한다. 내 입장에선 사회생활도 해야 하고 모아둔 돈도 없거니와 현실에 도움이 되는 것을 하고 싶은데 현실에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더더욱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망설이게 되는 것 같다.


게임을 켜고 할까 말까 찔끔하다가 그런 생각이 너무 심하게 들어서 게임을 꺼버린 경우가 정말 많아졌고 게임 내에서 주는 퀘스트나 미션을 깨도 감흥이 없다. 그래서 하루는 그런 자극적인 게임을 하기 때문에 더 흥미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고 굉장히 단순하고 순수한 게임인 롤러코스터 타이쿤을 설치해서 게임을 해봤다. 물론 사람들이 이용하는 걸 보고 사람들이 필요한 음식이나 음료 등을 세팅하고 놀이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너무나도 초반엔 흥미로웠고 재밌었지만 그마저도 또 쉽게 질려버렸다.


현실 생활에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는다는 이 생각을 없애버리지 않는 이상 무엇을 하더라도 흥미를 느낄 일은 없을 것이고 재미와 웃음이 생길 일은 없을 것 같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얼굴엔 표정이 사라졌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상 웃을 일이 없다. 강아지를 산책시킬 때도 변함없다. 무서운 얼굴이 아닌데 무표정으로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있으니 사람들이 무서워하거나 경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글 쓰는 행위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 월급을 받아도 기쁘질 않고 돈을 쓰더라도 기쁨보단 이 돈을 쓰면 돈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기쁘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맛있는 것을 먹어도 입맛도 없기 때문에 15-20분이면 먹을 걸 다 먹은 사람처럼 배부르다고 깡 소주만 마시고 있기도 한다.


이러다 정말 죽어버릴 것 같다. 이건 스트레스의 경지를 넘어선 삶의 무기력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 같다. 뭘 하고 돈을 받고 돈을 쓰고 내가 관심 있는 것을 사고 뭘 하더라도 기쁘지가 않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일을 나가서 현장 사진을 촬영해서 보기 좋게 편집을 하고 블로그나 sns에 우리 이렇게 일했어요-라고 홍보하는 일이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입장에서는 영혼을 갈아 넣어서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면 당연히 무기력함과 배덕감을 포함한 무수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생겨나서 자라지 않을까.


이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한 걸까. 이렇게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엄마는 알고 있긴 할까. 누구라도 이 썩어 문드러진 이 마음과 이 정신을 누군가는 알아주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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