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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n 17. 2024

간 수치가 정상이라고요?

설마요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얼마 전 다녀온 병원은 두 곳이었다. 정형외과와 내과. 정형외과는 물리치료를 받았고 내과는 간 수치가 얼마나 올랐는지 궁금해서 다시 찾아가서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렸다. 정말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고 그 결과에 따라 내 남은 인생이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있는 마지막 척도였을지도 모르겠다.


검사결과를 들으러 의사 선생님을 다시 찾아갔고 진료실 문을 열고 앉자마자 의사 선생님은 간 수치는... 하고 뜸을 들였고 나는 너무나도 긴장이 되었다. 2-3개월 전에 피검사를 했을 때 나온 간 수치는 최소 150 이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자세한 수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3자리 숫자였던 것 같긴 하다. 그래서 얼마나 더 올랐으려나 하고 궁금했다. 이렇게 먹어대면 과연 얼마나 수치가 오를지도 궁금했었고.


의사 선생님의 답변은 의외로 단순했다. 간 수치는 정상이라는 말이었다. 네? 간수치가 정상이라고요? 몇 번이나 되물었지만 정상인의 간 수치는 40-41 이하가 정상이라고 했지만 나의 간수치는 그보다 조금 높은 65였고 다른 수치는 59였다. 이 정도면 정상이라고 봐도 괜찮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미 나는 간수치가 정상이라는 말에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아서 다른 말이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피검사를 하기 전에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술을 얼마나, 몇 병이나 마시냐고 물었고 나는 매일 3-4병씩은 마신다고 이야기를 해서 간수치가 당연히 높게 나왔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그동안 간에 좋은 약을 먹은 것도 아니다. 쿠팡에서 그나마 유명한 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양제를 사서 2-3개월 꾸준히 먹은 것은 아니지만 생각날 때마다 먹긴 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내 간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물론 너무나도 다행이지만 의구심이 들었다. 왜 갑자기 간수치가 정상으로 돌아간 걸까 하고 내가 검사를 잘못한 걸까 아니면 검사결과가 잘못 나온 건 아닐까 싶어서 의아해하고 있던 중 의사 선생님은 결과지 뽑아드려요? 하는 말에 그래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렇게 받은 결과지에도 3자리 숫자가 아닌 2자리 숫자로 표기되어 있었다.


다시 고민했다.


내가 밥을 먹지 않은 상태로 와서 피검사를 해서 그런 건가? 아니면 그 전날 먹은 게 잘못된 건가? 그도 아니면 요즘 식단을 해서 3kg 정도 줄었는데 그것 때문일까? 살을 뺀다고 해서 간이 다시 건강해진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는 게 아니지 않을까? 공복으로 쟀을 때 간수치가 보통 정상으로 나오는 건가? 아니면 이게 정말 내 간수치가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정말 한심하지만 간 수치가 정상이라는 소리를 들어서 술을 더 마셔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하긴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내 간이 정상으로 돌아왔을 리 만무하다. 이렇게 부어라 마셔라 마셔대는데 간수치가 더 높아지면 높아졌지 낮아지고 그것도 정상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게 말도 안 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잠시나마 체중이 줄거나 다른 것들로 인해 간수치가 조금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마음 놓고 술을 마시지는 못할 것 같다. 내 인생에 술이라도 없으면 정말 사는 낙이 없다. 간수치가 낮아져 정상범주로 들어갔다는 것은 너무나도 다행인 일이지만 이게 정말일까 아니면 어떤 다른 문제로 인해서 정상 수치가 된 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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