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pty Jun 14. 2024

하루종일 병원신세라니

일이 없는 날은 한 번씩 먹던 약이 다 떨어져서 병원을 다녀오곤 하는데 병원을 가는 빈도가 참 잦아졌다. 1-2달 전에 받아온 간장약을 다 먹었고  2주 가까이 맨 정신으로 버텨내고 있다. 그래서 술을 마시고 기절해서 잠을 자면 오후에나 늦게 일어난다. 그게 비단 약이 없기 때문에 늦게 일어나거나 정신을 차리는 게 아니라 요즘 먹는 걸 강제로라도 줄이고 있어서 그런지 숙취에서 깨는 것도 하나의 일이 되어버렸다.


오늘은 저번에 다녀온 정형외과가 아닌 다른 병원을 다녀왔고 데스크 직원들도 매우 친절했고 병원의 규모도 굉장히 컸다. 병원에서 정보를 입력하고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다른 병원에서 체외충격파와 약을 먹었는데 차도가 없고 더 아파져서 다른 병원을 오게 됐다고 말씀을 드렸고 손목을 이리저리 만져보시더니 일단 엑스레이를 찍어보고 여러 가지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체외충격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최소 3번은 치료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이 굉장히 친절하셨고 다정하셨고 장난기가 다분해 보이는 스타일이셨다. 체외충격파가 아파서 받기 싫어서 안 가신 건 아니시죠? 하고 물을 정도니 환자 입장에서는 이런 말을 해주는 게 참 고맙고 마음이 더 가는 것 같다. 보통 병원은 불친절하고 환자를 생각하지 않고 돈만 생각한다고 느낄 뿐이다.


엑스레이상 문제가 전혀 없고 깨끗하다고 했다. 선생님도 무안하셨는지 머쓱하게 웃으시면서 물리치료를 받고 오라고 하셨다. 생각보다 물리치료 시간이 길어졌고 찜질까지 해서 그런지 물리치료 시간만 3-40분은 된 것 같았다. 물리치료사 선생님도 너무나도 친절하고 나긋나긋했고 신경 써주시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너무 친절했다. 너무 다행이었다. 그렇게 물리치료를 받고 계산을 해야 하나? 싶어서 데스크 앞에서 어슬렁거렸더니 체외충격파 5분가량 받고 가시라고 해서 덜덜거리면서 소파에 앉아서 기다렸다.


아까 뵌 의사 선생님이 직접 체외충격파를 해주셨고 이전 병원에서 받은 체외충격파랑 다른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 아팠고 허리가 활처럼 휘어질 정도로 아팠다. 선생님이 내가 아픈데 무리해서 참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였을까 "아프면 줄일까요?"라고 연신 물어봐주셨고 버틸 수 있을 정도까지 강도를 내린 후에야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내 통증 부위는 손날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팔목 복숭아 뼈처럼 튀어나온 곳 근처가 아픈 거였는데 의사 선생님이 세밀하게 움직여서 체외충격파를 해주셨는데 아픈 곳은 정말 소리를 지르지도 못할 정도로 아팠다. 이 악물고 소리는 못 지르고 허리는 활처럼 휘어지고 해서 그런가 선생님이 한 단계 내릴게요 하고 내리고 했는데도 아팠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서 혹시 염증일까요? 했더니 팔목 주변에 있는 힘줄에 염증이 생겨서 통증이 생긴 걸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게 일반적인 검사로는 확인이 불가능하고 MRI를 촬영해야만 보인다고 해서 물리치료와 체외충격파 치료를 3번씩 해보고 차도가 없으면 주사를 맞고 그 이후에 나아지면 상관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고 통증이 계속된다면 MRI를 촬영해야 한다고 하셨고 그 이후에도 해결방법이 없으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손목이 많이 안 좋아졌는지 밥솥이나 무거운 짐을 옮길 때도 너무나도 충격이 크다. 그렇게 너덜너덜 병원에서 나와서 약을 처방받고 이번에는 내과를 갔다. 간수치가 높아서 약을 받으려고 왔다고 했다. 이곳 역시 새로운 병원이었고 데스크 직원들은 불친절했다. 나는 그게 전부일 거라고 생각했고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고 의사 선생님은 친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속으로 빌었다. 제발 친절하진 않아도 다정한 선생님이 계시기를-


역시 내가 빌어봤자 바뀌는 건 없다. 왜인지 모르게 대화를 하면서 계속 실실 비웃으면서 입꼬리는 올라가 있는 상태로 놀리듯이 말을 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술을 많이 마시니까 물었다. "혹시 술 생각나지 않게 하는 약이 있을까요?"라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그런 약이 있긴 한데 그 약은 여기선 안되고 정신건강 의학과를 가보셔요"라고 말을 했는데 그런 말을 듣고 있으니까 기분이 묘했다. 느낌이 '그런 약을 왜 여기서 찾고 xx이야 진짜'라고 말을 하는 뉘앙스였다. 약간의 무시하는 듯한 말투와 태도가 참 기분이 나빴다.


피검사를 했고 비용이 4만 원 조금 안 나왔는데 결제를 할 때 피검사와 간 기능 뭐 어쩌고라고 말을 하는데 뭔가 내가 요청하지 않은 검사를 한 것 같아서 "일반적인 피검사 비용이 이런가요?" 했더니 간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상세한 결과가 나오는 검사를 했다고 했다. 뭐, 간 수치가 높다고 했으니 그렇게 알아서 해줬겠지만 환자에게 먼저 묻지도 않고 그렇게 턱턱 추가하는 게 좀 짜증 났다. 그리고 결제를 하고 피를 뽑고 뒤에 있는 키, 몸무게를 잴 수 있는 기계를 가리키며 "저거 해봐도 되나요?"라고 물었고 투덜대듯 싹수없게 말하던 직원은 써보셔도 되고 옆에 스위치 켜서 사용하세요 다 쓰시고 끄시고요-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짜증이 많을까 싶었다. 키는 점점 커지는 건지 내 예전 기억으로는 173.x 이였는데 이제는 174.9가 되어있었다. 몸무게는 공복이라 그런지 며칠 전보다 1kg가 더 줄어들어 있었고 이 몸무게를 보고 아 역시 먹는 걸 조금이나마 조절했더니 몸무게가 줄었구나 생각했다.


공복에 피검사를 해서 검사 결과가 정말 제대로 나올 것 같은데 내일 오전에 가서 검사결과를 들어야 한다. 그 의사와 직원들을 마주치기 싫지만 피검사를 마지막으로 다시는 가면 안 되겠다. 아파서 병원을 갔는데 병원에서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아온 셈이다.


아프고 치료하고 아프고 약을 먹고 하는 행위가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작가의 이전글 이사를 가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