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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n 14. 2024

이사를 가야 한다.

작년 8월에 계약을 해서 올해 8월이 되었다. 1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그 시간만큼 너무나도 잘 살았다. 강아지와 함께 살아도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이 집을 재계약하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다. 오피스텔에 살면 종량제 쓰레기통과 음식물 쓰레기통이 있는데 오피스텔은 역으로 ㄱ자로 구성되어 있고 대각선의 반대편으로 무인 쓰레기통이 4-5대가 있다. (아파트에서는 카드를 찍고 쓰레기를 버리지만 오피스텔에서는 보통 종량제 봉투에 있는 스티커를 찍어야 버릴 수 있는 문이 열리곤 한다.)


그게 일정하지 않은 시간대에 시도 때도 없이 큰 소음을 내면서 비워지곤 하는데 그 소리를 들은 우리 강아지가 그 소리만 듣기만 하면 무서워서 그런지 3분 동안 집 안에서 짖어대곤 한다. 오피스텔 특성상 쓰레기통이 꽉 차면 한 번씩 비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15분 전에도 쓰레기통을 비우는 소리가 나서 강아지가 자다 놀래서 계속해서 짖어댔다.


강아지가 짖는 것만으로 이사를 결심한 것은 아니다. 저 무인 쓰레기통이 언제 비워지는지 시간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랜덤이라는 거다. 새벽 늦게라도 쓰레기통이 비워지는 소리가 들릴 수 있고 아침 일찍 출근하기 전이라도 들릴 수 있다. 겨울에는 그래도 추워서 창문을 닫고 살아서 그나마 괜찮았지만 여름인데 창문까지 열고 있어서 그런지 이것을 대비할 수가 전혀 없다. 항상 문을 닫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강아지가 예민한 것을 오피스텔 관리사무실에 이야기를 해서 소음을 줄여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통 이런 경우 소음이 그리 심하지 않지만 내가 밖에 있을 때 그 소음을 듣노라면 가히 식겁할만한 소음이긴 했다. 어디서 무언가가 무너졌나? 아니면 누군가 건물이 무너지는 소린가? 할 정도로 무서운 소리긴 하다. 키우는 강아지도 그 소리가 1년 동안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렇게 짖어대는 것이겠지만 오피스텔에서 오후 10시 넘어가는 시간에 짖어대는 것은 해서도 안 되는 일이고 강아지를 교육해서 그 시간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짖게 해선 안 되는 시간대이다. 하지만 오피스텔에 있는 무인 쓰레기통은 어느 정도 차면 비워대는 건지 그 비우는 소리가 너무나도 크고 자극적이다. 위치가 대로변 바로 옆에 계단 5개가 있는 단독 쓰레기통으로 되어있지만 이 소리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그 근처에서 택시를 잡거나 차를 기다리는 와중에 그 소리가 들린다면 나 역시도 너무나도 깜짝 놀라서 심장이 벌렁벌렁 할 정도이다.


내가 이사를 가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이게 가장 크다. 키우는 반려동물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싫고 심지어 인간이 듣기에도 썩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 아마도 그 무인 쓰레기통이 꽉 차면 한 번씩 기계 아래로 일괄적으로 내보내는 소리 때문에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보다 훨씬 더 자극적인 소리가 나는 걸 수도 있다. 다행히도 계약이 만료되어서 떠나는 거라 다행이긴 하지만 이 동네에서 강아지를 키울 수 있으면서도 1.5룸 혹은 원룸을 구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결국 이사를 하게 되겠지만 7월 중으로는 다른 집을 알아봐야겠지. 그리고 8월이 오기 전에 새로운 집을 계약하지 못한다면 나는 다시 본가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것조차도 막막하고 이 집에 중고로 들인 널찍한 책상과 의자, 청소기 등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싶기도 하다. 이래서 이 동네에서 사는 사람들이 떠날 때 괜찮은 전자제품들을 다 무상으로 버리고 갔던 거겠구나 싶다. 전자레인지부터 시작해서 소파, 의자, 게이밍의자 등을 폐기물 스티커를 붙이지 않고 그냥 버리고 가곤 했다. 사람들이 괜찮다면 주워다 쓸 정도로 상태가 괜찮았으니까.


나의 우선순위는 1. 새로운 집을 알아보고 2. 내가 혼자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을 알아보고 3.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다. 다이어트는 좀 웃기긴 하는데 술을 끊을 수 없기에 밥을 끊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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