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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n 19. 2024

이대로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몇 년 남지 않은 건 아닐까 항상 생각한다. 이상하게도 병원 검사 결과가 생각보다 좋다고 말은 했지만 내 몸은 남보다 내가 더 잘 알기 때문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긴 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을 후회한다거나 이렇게 살다가 객사를 하더라도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다.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내 팔자인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언제까지 목숨이 닿는 데까지 살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살다가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다. 죽는 사람은 말이 없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하겠지만 남은 사람은 그 뒤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꽤나 피곤하고 골치 아프다. 빚이 있거나 대출, 남은 돈이 있으면 해결하는 게 더 복잡해진다.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도맡아서 한번 해보니 죽는 것도 쉽지 않겠다 싶었다. 죽은 사람은 편할지도 모르겠지만 남은 사람은 남은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처리를 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서류문제부터 대출, 빚 문제를 고스란히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가까운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내가 죽으면 오죽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지만 이게 의미가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무의마하다.


다른 일을 하려고 해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하고 새로운 일을 해야 함에 있어서 문제들이 생각보다 많다. 다른 사람들은 돈이 없으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하나의 일을 하기도 전에 고민도 많고 겁도 많아서 이걸 내가 할 수 있나? 할 수 있는 일이 이게 맞을까? 지레 겁부터 먹고 지원을 하고서도 후회하기도 하고 겁을 먹기도 한다.


요즘에는 사진과 카메라에 관심이 조금 많아진 걸 보니 예전부터 들끓던 그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다. 중학교 졸업할 때 꼭 내 돈으로 카메라를 사고 싶어서 용돈과 1년에 받을 수 있는 모든 돈을 모아서 엄마한테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던 기억이 난다. 내가 가지고 싶은 카메라가 있는데 내가 모은 돈은 이 정도라서 엄마가 도와줄 수 있겠냐고. 다 크지도 않은 어린 자식이 무언가 사기 위해 돈을 모았고 돈이 부족하다고 도와달라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엄마 입장에서는 참 기특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엄마의 의견을 들은 것은 없고 순전한 내 기억에 의한 이야기이다.)


그렇게 첫 카메라를 샀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가 다니던 교회의 친한 지인의 자식 딸 결혼을 가게 된 적이 있었는데 나는 카메라를 샀다는 기쁜 마음에 그리고 잘 아는 사람들의 결혼식이니 카메라를 가지고 가서 이쁜 사진을 찍어주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갔다. 그때 당시에 카메라를 들고 같은 교회만 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가까운 곳까지 와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그 모습이 보기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순전히 좋은 사진을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에 그렇게 한 행동이었으나 남의 잔칫날을 망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입장도 이해는 할 수 있다. 이제야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어린 나이의 나는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나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본 그분의 눈빛과 분위기를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 이후 나는 그 가족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뭐 당연하지만 같은 교회를 다닐 뿐이지 교류가 있거나 계속해서 연락을 하고 지내는 사이들은 아니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러 다녔지만 카메라가 좋지 않았는지 아니면 내가 다니는 동선이 재미없는 동선이라 그랬는지 금방 흥미를 잃고 카메라를 팔기에 이르렀다. 하긴 그때의 나는 일을 진득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에 동선은 집 아니면 집 근처 산책이 전부였다 보니 내가 볼 수 있는 것과 촬영할 수 있는 것이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그렇다고 돈을 써가면서 사진을 외부로 찍으러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몇 번의 출사는 다녔지만 그리 만족스러운 출사는 아니었다.


그때 이루지 못한 한이 서렸는지 정말 본격적으로 제대로 된 카메라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돈을 모으고 있다. 모으는 것보다는 그냥 쓰지 않고 최대한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말이 맞겠지만 돈을 모아서 카메라를 산들 이걸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생기는 건 아니다. 이걸 계기로 내가 원하는 사진을 촬영하고 돈을 벌거나 추억으로 영상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러기엔 준비해야 하는 준비물들이 더 많아지게 될 것이다.


하나의 큰 지출을 해서 제대로 할 것인가 아니면 분할해서 지출해서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인가. 그 두 개의 선택지에서 나는 아무런 선택도 하지 못하고 있다. 뭐가 정답인지도 모르겠고 한번 지출된 돈은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더욱더 고민이 많아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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