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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01. 2024

사실 난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

이번에는 꼭 카메라를 사겠다, 노트북을 사서 여행이랄 것을 다니면서 무언가를 기획하고 흔적을 남기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고 글까지 썼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 무엇도 하고 있지 않다. 돈을 다 써버리면 당장 일이 없는 내 입장에서는 당장 먹고살 수 있는 수단도 없거니와 내 마지막 희망이었던 디지털 노마드라는 직업은 내 일상생활과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다. 아니 이제는 인터넷으로 온라인으로 돈을 단 1원이라도 벌 수는 있는 걸까?라는 의문까지 들고 있다. 조금이라도 고정적으로 돈이 들어오면 그걸 기반으로 뭐라도 해보겠는데 그게 없다 보니 사실 너무나도 막막하다. 카메라를 사는 행위도, 노트북을 사서 이곳저곳을 촬영하고 흔적과 추억을 남긴다는 게 허망한 꿈만 같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살아갈 수 있을 희망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더 도전하기가 힘들어지고 고민에 빠져있다.


한 순간 돈을 다 써버려도 솟아날 구멍은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뭐든 사보고 도전을 해봐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이대로 살다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지 그 무엇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다. 지금 돈을 쓸 때가 아니라 돈을 조금이라도 벌어야 할 상황인데 나는 아무런 의지도 의욕도 없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가 보면 서른 살 중반에 잘하는 짓이라고 혀를 끌끌 차겠지만 뭐 결국 이렇게 사는 것도 내가 만든 내 삶이고 내 손으로 망친 내 인생이다.


이따금씩 새벽 늦게까지 술을 마실 때면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제 와서 인생을 제대로 살기에는 너무 많이 어긋나버렸기 때문에 다음 생에 혹시라도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그때는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체계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다시 태어나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혹여라도 그렇게 된다면 아니 어느 드라마처럼 인생을 리셋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는 것이라면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일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러니까 이번 생에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글을 쓰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고 더 다양한 플랫폼이나 sns에서 더 알리고 싶지만 내 글은 사실 나 자신이 인정하지 못할 정도로 악취가 나는 글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누군가에게 글을 알리고는 싶지만 이 딴 것도 글이냐는 말을 되려 들을까 봐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하는 방법도 유튜브에는 많이 나와있지만 그걸 따라 한다고 한들 그 사람들처럼 유명해지거나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될 수는 없다. 나는 그럴 깜냥도 못되고 점점 인생과 멀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걸 바라지는 않지만 내가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동기부여가 되는 것쯤은 한 번쯤 해보고 싶다.


지금 시즌의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일이 없다. 일이 있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일이 없는 시즌에는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버텨야 하는데 그 아르바이트를 뭘 해야 할지, 30대 중반을 아르바이트를 써주기나 할지 많은 고민과 걱정 앞에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힘들어졌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못한다는 생각이 눈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그걸 이겨내지 못하는 이상 나는 항상 방구석에서 글만 쓰는 히키코모리가 될지도 모른다.


돈을 버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느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돈을 버는 행위보다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인생을 사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나 그렇다면 나는 정말 남들 말대로 늙어가고 있다는 반증일까 싶기도 하고 걱정과 불안, 화가 많아졌다. 정말 난 늙어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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