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반복은 차갑도록 무섭다. 어떤 순간에는 아무것도 못 할 정도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거나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거나 둘 중 하나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일을 하고 있으면 잡다한 생각이 사라질 때가 있고 초능력이 생긴 것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차오를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감정에 매우 취약한 사람 중 하나다.
감정에 인생을 배팅한 사람처럼 휘둘려서 나 자신이 무너져도 모를 정도로 나 자신을 해치는 날이 많았다. 지금도 별다를 것은 없지만 지금 당장은 나름대로 조절은 가능한 것 같다. 그것이 가능해진 이유는 나 자신을 낮추고 낮추어 바닥에서 자세를 낮추고 엎드려있는 듯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 그나마 나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 같다. 결국 나는 이타적인 사람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어려서부터 나는 나를 위해 살지 않았고 남을 위해 살았다. 그렇게 살아왔다. 부모님의 바람대로 살아왔고 하라는 것만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을 하지 않고 살아온 모범생이라면 모범생이었다.
그렇게 살아오니 문득 허탈감이 몰려왔다.
이렇게 산다고 누가 내 인생을 책임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산다고 표창장을 받거나 그러는 것이 절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씩 이탈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사실 감정을 정의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인 것 같다. 내가 뭐라고 감정을 정의할까. 그냥 내 감정은 이렇게 다양하구나-하고 넘길 뿐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