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원의 그 떡볶이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노트북과 짐을 챙기고 10분 정도가 흐른 후에 회사에서 퇴근을 했다. 논스라는 회사는 자유로운 분위기라 퇴근하는 것에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각자 할 일에 집중하느라 신경을 쓰지 않는다.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부정적인 느낌은 절대로 아니다. 각자 할 일이 있으니 일이 끝났으면 퇴근하는 게 맞지-! 랄까.
그렇게 퇴근을 하고 2호선 지옥철에 몸을 실었다. 사람은 가득했고 어느 칸에 타야 할까 고민을 하다 후다닥 비어있는 곳으로 뛰어들었다. 6시에 퇴근하는 것이 아닌 것에 감사했다. 그렇게 퇴근하며 플레이리스트를 계속해서 돌아보고 무슨 알림이라도 오지 않았을까 핸드폰을 강박적으로 쳐다보고 있는 내가 보였다. 지하철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몸을 싣고 있었다. 여름이라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부터 반팔을 입는 사람부터 검은색 후드티를 입었지만 각질이 조금 내려앉은 사람까지 모든 사람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흐릿하게 기억난다. 통로에 서있었던 나는 내 바로 앞에 한 여자가 서있었고 점차 거리가 가까워졌다. 그러고선 내렸다.
내릴 곳이 되어 내렸는데도 원룸촌의 성지라서 그런가 사람들이 몹시, 매우 많이 내려서 지상으로 가는 계단에 사람들이 밀려있었고 그런 게 답답했던 나는 억지로 시선을 돌리며 애꿎은 플레이리스트를 괴롭히고 다음 노래- 다음 노래- 하면서 계속 다음 노래를 재생하곤 했다. 나는 이동할 때 엄청 강한 힙합을 듣거나 edm을 듣는다. 그러고 조금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발라드로 노래를 바꾼다. 장소에 따라 듣는 음악이 다르다. 엄청 빠르게 걸어야 할 때는 강한 비트를 틀고 베이스가 둥둥거리는 음악을 듣는다.
그렇게 내려서 올리브영에 갔다.
어제 이삿짐을 소량만 가져와서 그런가 오늘 아침엔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 지금 짐이 다른 곳에 있는데 한 번에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씩 나누어서 가져와야 하는데 드라이기나 폼클렌징, 에센스와 같은 것들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침에 머리를 감으면서 깨달았다. 심지어는 화장실 신발까지도 없다. 다행인 것은 없었다. 전부 다 놓고 온 것들 투성이었다. 그래서 올리브영에서 폼클렌징과 스킨을 샀다. 확실히 기초 케어 제품들이나 화장품은 가격대가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고 그나마 가장 저렴한 걸 샀다. 나에게는 당장 필요한 것이 그 두 가지가 전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고 내 피부가 어떤 타입 인지도 몰라서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것으로 샀다. 뭐, 지금 얼굴보다 더 거뭇거뭇해지지만 않으면 다행이랴.
그렇게 필요한 것을 사고 저녁으로 뭘 먹을까 하다가 냄비나 그릇, 집기류와 식기류를 전부 다 들고 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말인즉슨 요리를 할 수도 없고 간단한 라면을 끓일 수도 없다는 말이었다. 정말 필요한 것만 가져온 줄 알았는데 정말 필요하지 않은 것만 가져온 것 같기도 하다. 그때부터 무언가 멘털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저녁을 일단 먹어야 하기에 집 근처에 있는 떡볶이집이 굉장한 맛집인데 그 집을 가기 위해서는 횡단보도를 건너서 반대편으로 가야 하는데 횡단보도가 조금 걸어 올라가야 있어서 횡단보도를 기다리고 넘어가서 떡볶이 집을 찾아보는데 마침, 때마침 내가 맛있게 먹었던 떡볶이집이 열지 않았다. 아마도 휴무날이겠거니 했는데 그 옆으로 나열한 떡볶이집의 떡볶이 상태가 별로 맛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반대편으로 넘어가서 두 번째로 잘 먹었던 이모님의 떡볶이집을 가서 포장을 했다.
순대 1인분과 떡볶이 1인분. 6,000원을 결제하고 기다리고 픽업을 해서 왔는데 집에 또 필요한 것이 있어서 그것들을 다 손에 쥔 상태로 다이소를 들러서 필요한 것을 또 샀다. 이럴 때 보면 나는 정말 무계획의 표본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동선이 꼬여버리면 시간도, 고생도 더 많이 하게 되는 건데. 그리고 그 떡볶이를 사지 않았더라면 나는 6,000원이라는 돈을 아낄 수 있었을텐데. 대충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 한 쪽 먹고 말 걸 그랬다.
모든 우여곡절을 지나 집으로 왔다. 집엔 아직 정리하지 못한 옷들과 화장실 용품들이 널려있다. 대충 옷을 정리하고 하나하나 정리했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자마자 든 생각은 치약, 칫솔이 없다는 사실과 더 큰 사실은 엘리베이터에서 떡볶이집 이모가 싸준 검은 비닐봉지 안에 있어야 할 이쑤시개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없으면 나는 먹을 수가 없었다. 맨 손으로 먹지 않는 이상 먹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집에서 가방들을 뒤엎으며 찾아봐도 나오지 않았다. 하긴 누가 일회용 젓가락을 들고 다니겠는가 하는 생각과 이 떡볶이를 더 방치한다면 불어 터질 거야-라는 불안감에 뭐라도 빨리 해야겠다 하는 생각에 짐과 화장실, 싱크대 주위를 둘러봤는데 딱 두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가위였고 하나는 전선이 묶여있는 케이블 타이였다.
나는 케이블 타이를 가위로 뾰족하게 자르고 그것을 이쑤시개 용도로 사용했다.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했는데 힘을 받지 못해서 결국 그것도 온전한 기능을 하지는 못했다. 이러나저러나 너무나 큰 불편이 오늘따라 더욱더 크게 느껴진다. 약간 노숙자나 일용직을 하시는 분들이 집을 집으로 사용하지 않는 느낌으로 사는 듯한 느낌이 뭔지 알 것 같다. 일용직을 해봐서 아는데 그들이 사는 집은 그저 씻고, 눕고, 옷을 갈아입는 수준밖에 되질 않았다. 거기서 놀거나 자기 계발을 하거나 하지 않는다. 퇴근해서 대충 씻고 누워 핸드폰을 보다 잠에 들고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일어나서 또 씻고 출근하려고 준비한다. 그들에게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곳이다.
내가 지금 그런 기분이 든다. 나는 이 집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임시보호소 같은 느낌이 든다. 마음을 붙이기 힘들어졌다. 왜 이렇게 하루하루가 무너지는 걸까. 왜 이렇게 하루하루가 멍청하고 고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