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는 게 버는 것이 아니다.
오늘 회사에서 점심을 먹지 않고 잠을 잤다. 사실 오후 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 될 때까지 결정을 하지 못했다. 잠을 자는 것이 좋을까 밥을 먹는 것이 좋을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그 시간이 되어버려서 조금은 당황했다. 수도 없이 고민을 하다 날이 너무 좋아 햇빛이 심하기에 나가지 않고 잠을 자기로 했다. 사실 날이 좋은 것이 이유라면 나가서 광합성이라도 더 하는 게 맞았을 텐데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앓고 있는 것이 햇빛 알레르기라서 밖을 나갈 수가 없다. 그리고 양쪽 팔, 목 뒷부분에 자극을 받으면 피부가 뒤집어지기 때문에 이런 한여름의 날씨는 나에게 지옥이다. 마치 사막 한가운데에 놓여있는 기분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 사무실 안에 있는 nap zone에서 잠을 잤다. 처음에 nap zone이라고 써져있어서 저게 뭐지? 뭐하는 공간이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찾아봤는데 이런 느낌이었다. 이렇게 생긴 것은 아니지만 고급 라운지에 가면 잘 수 있는, 한국에서는 1,000원을 넣고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기계의 휴식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렇게 생긴 냅 존에서 잠을 청했다. 보통 잠을 못 자는 편이라서 잘 때는 청각에 더 예민해지는 것 같은데, 사무실이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와 웃음소리, 키보드 타이핑 소리 등 다양한 소리들이 났지만 그렇게 크게 신경 쓰이는 수준은 아니었다. 어차피 잠을 자는 것은 나 자신이고 그들에게 조심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어떻게 잠에 들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잠에 들었다.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잠을 잤는데 요즘 잠을 못 자는 것이 원인이었을까 일어나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15분씩 끊어서 자고 일어나는 건 그렇게 힘들지 않던데 1시간이 넘어가니 아침에 일어나는 직장인이 떠올랐다. 한동안 앉아서 멍하니 넋을 놓고 잠에서 깼다. 다들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아하니 잠을 잔 내가 뒤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며칠 전 이사한다고 짐을 소량만 가져왔는데 하루 이틀 살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을 모두 놓고 왔다는 사실이 기가 막혔다. 화장실 용품을 가져오긴 했지만 칫솔과 치약은 잠시 살던 곳에서 사용하고 챙기지 못해서 그런 간단한 생활용품부터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수단이 단 하나도 없었다. 냄비부터 수저, 젓가락 등 하나도 없어서 정말 고통이었다. 매트리스와 이불이 없는 것은 어찌어찌 버티겠는데 기본적인 것들이 없으니 어제는 정말 고통 속에 잠들었던 하루였다.
그렇게 잠을 깨고 이렇게 넋이 나간 상태로 지낼 수 없어서 잠시 나갔다 왔다. 나가는 길에 만난 멤버분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가볍게 나누고 편의점에 가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회사를 나섰지만 햇빛이 너무나도 강렬했다. 나에게는 태양이 작렬했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뜨겁고 고통스러웠다. 지옥에 떨어지면 이런 기분일까 어쭙잖은 상상을 하면서 편의점을 갔는데 그 거리가 생각보다 멀기도 했고 그늘이 진 곳을 발견할 수가 없어서 햇빛에 노출된 상태로 유야무야 걷기만 했다.
필요한 것을 사고 올라오는 길에 아주 작게 그늘이 진 곳에서 쭈그려 앉아 김밥을 먹었다. 같이 일하는 멤버들이 이런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잠깐 생각을 했다. 그냥, 그냥 울컥해졌다. 내가 쭈그려 앉아 밥을 먹는 게 자존심이 상한다거나 남의 눈치를 보면서 눈칫밥을 먹어야 해서 그런 게 아니라 나는 왜 돈이라는 것에 이리도 크게 휘둘리는 걸까?라는 생각이 김밥을 먹는 내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돈.
돈이 가져다준 것은 없었다. 행복도 아니었고 즐거움도 아니었고 쾌락도 아니었다. 안정감 역시 아니었고 나에게는 그저 숨통을 잠시 쉬어주게 하는 찰나의 산소호흡기와 같다고 생각했다.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지만 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돈이 많으면 행복하고 편리하고 나쁜 것이 없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돈이 많아서 그 생활이 당연해졌을 때 영원히 당연한 삶을 살 수 없어서 대비를 해야 하는데 그 과정들이 생각보다 어렵고 무겁지 않을까 한다. 뭐, 돈이 지지리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고민은 아니겠지만.
이사와 이별을 동시에 겪은 후 그 여파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숨 쉬는 것을 빼고는 모든 것이 돈이었고 왜 이렇게도 혼자 살면 필요한 것들만 눈에 띄는지 모르겠다. 그 두 가지의 감정이 섞여 나 자신을 점점 무너뜨리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든 버텨내야 한다. 이대로 무너지는 것이 나 자신의 인생이 마지막이 될 것 같아서 무너질 수 없고 무너져서도 안된다. 그저, 이 고통의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그저, 파도와 폭풍우가 치고 잔잔해지는 바다처럼 그렇게 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