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꿈에서만큼은

따듯했다. 현실과 다르게

by empty

요즘 집에서 자는 것보다 회사 냅존에서 자는 것이 훨씬 더 잠을 잘 자는 듯하다. 집은 아직 매트리스도 없고 엉망진창의 폐인 노총각의 집처럼 보여서 그런지 그 기운이 잠자리를 해치는 것 같기도 하다. 회사에서 잠을 자면 대개 행복한 꿈을 꾸게 되는 것 같다.


오늘은 밤새도록 잠을 못 자고 설쳐서 출근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고 심지어 2호선 라인 어느 구역에서는 연기가 피어나 모든 열차들이 멈추어있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안내방송에서는 계속해서 죄송하다는 방송이 연신 울려 퍼졌고 음악을 보통 크게 들어서 주위 소리를 하나도 흡음하지 못하는 나는 '열차가 왜 이렇게 안가.. 몇 분에 탔는데..' 하는 작은 불안감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9시 10분 정도에 열차를 탔는데 내린 시간이 9시 55분 정도 되었다. 지하철로 25분 정도 되는 거리를 45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다. 뭐, 일찍 나와서 다행이겠거니 생각했으니까 다행이려나.


출근을 했음에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니 잠을 하루만 못 자거나 설치는 날의 여파가 굉장히 크게 다가오는 듯하다. 비몽사몽으로 일을 하고 회사에서 마주치는 멤버분들과 대화를 하고 어떻게라도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지만 결국 실패했다. 냅존으로 올라가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


얼마나 깊게 잠들었는지 자고 있는 곳이 내 집인지 회사인지 가늠도 안 될 정도로 기절해서 잠이 들었다. 알람 소리에 몇 번 깨긴 했지만 이내 다시 잠이 들었고 계속 반복하다 결국 점심시간이 모두 흐른 뒤에야 일어났다. 한 시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꿈을 꾼 것이 나에게는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 함께 일하는 멤버 중 한 사람이 꿈에서 나타났는데, 내가 일하는 팀원들이 모두 다 같이 나온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 멤버가 꿈에서 나와서 버스를 같이 탔고 내리는 과정에서 나를 따듯하게 안아주었다. 그게 정말 크게 다가온 이유는 솔직히 나는 이 멤버를 좀 무서워한다. 한국사회에서 오래 일을 해서 쌓인 아우라라고 해야 할까 범접할 수 없는 포스와 약간 기가 센 이효리 같은 아우라를 뿜는다. 나에게는 그런 기가 센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말을 잘 못 걸거나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를 한다거나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섭다. 나는 사람을 기본적으로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게 있기도 하지만 그것에 더해서 기가 센 사람을 정말 무서워한다.


그런 사람이 내 꿈에 나타나서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느끼고 나를 꼭 안아줬다. 그러고 등을 조용히 쓸어내려줬다. 마치 '내가 해줄 수 있는 위로는 이게 전부지만 정말 힘들었겠다. 고생했어'라는 위로의 말로 들렸다.


내가 요즘 꿈을 꾸면서 이런 위로를 받은 적이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매번 내 꿈은 벼랑에서 떨어지는 꿈, 누군가에게 쫓겨다니는 꿈, 누군가가 칼을 들고 나에게 휘둘러서 결국 내가 죽는 꿈, 이빨이 빠지는 꿈,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꿈 등 지옥 같은 꿈을 꾸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려서 이런 꿈을 꾸면 한동안 그 기억이 오래간다.


정작 내 꿈에 나타났던 멤버는 이런 사실을 알 수 없겠지만 그냥, 그냥 감사한 마음이 든다. 보잘것없는 내 꿈에 나타나서 나를 안아주며 위로해준 그 가상의(?) 멤버에게 감사하고도 따듯함을 느낀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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