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돈을 쓸 줄 아는 사람

돈을 벌어도 쓰는 방법을 모른다.

by empty

어려서부터 방황을 심하게 했다. 지금도 방황하고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해야 할 것과 포기해야 할 것의 경계는 분명해지고 있다. 일을 하지 않으면 돈을 벌지 못하니까 생활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고 일을 하면 어느 정도 사람 사는 생활을 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일을 하지 않으면 이제 나 혼자 살고 있는 집에서의 생활도 유지할 수가 없다. 보증금 제도라는 것이 있기야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일까. 카드 돌려막기와 같은 것일 텐데.


나는 돈을 쓸 줄 모른다.


이 이야기 또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어렸을 때 생각보다 돈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자랐던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은 엄마카드, 아빠 카드를 받고 생활하는 것이 당연해졌다고 하지만 내 어린 시절은 카드는커녕 지폐 한 장, 두 장 정도 받고 하루살이처럼 지냈던 것 같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가령 피카츄 돈가스를 먹고 싶다거나 순대 꼬치를 먹고 싶다던가 하는 경우에 "엄마! 나 피카츄 먹고 싶은데 돈 좀 줘!" 하는 요청을 할 때마다 돈을 받아서 쓰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의 용돈, 엄카의 개념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때마다 용돈을 받는 구조였다(?)


그렇게 어렸을 때는 그렇게 하는 것만이 정답인 줄 알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세상이 바뀌고 나서는 카드의 개념이 더욱더 또렷해지기도 했고 내가 적응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체크카드를 주는 것이 아니라 신용카드를 자식들한테 쥐어준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나는 지금 돈을 벌고 있다.


많은 돈은 아니어도 돈도 벌고 있고 월세를 낼 정도의 돈도 있다. 하지만 돈을 쓰는 것이 너무 무섭다. 얼마 전 이사를 모두 완료하였지만 나의 생각보다 없는 물건들이 더욱 많아서 (챙긴 줄 알았지만 챙기지 못했던) 다이소에 가서 하나씩 구매를 하지만 그 구매하는 돈이 왜 그렇게 아까운지 모르겠다. 천 원, 이 천 원 그리고 쓸만한 것들은 오천 원 정도 하는데도 나는 덜컥 그것들을 바구니에 담지 못한다. 그것이 없어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담을 때마다 천 원, 이천 원에 흔들리는 내가 조금은 혐오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먹는 것엔 원래 관심이 없는 편이고 술도 못 마시고 돈 나갈 곳이 생각해보면 없다. 공과금과 교통비, 생활비라고 책정은 되었지만 사실 그렇게 돈을 쓸 일이 없다. 만날 친구도 없어서 같이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거나 하는 것은 회사에서나 할 수 있을 정도이고 퇴근하고 집에 있을 때나 주말엔 아무것도 안 하고 돈이 나가지 않아도 되는 건데 그냥 나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들 때문에 자꾸만 무언가 사게 되는데 그게 너무 아깝다. 뭐, 십만 원, 십오만 원이 드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그 작디작은 천 원, 이천 원에 호들갑을 떨고 불안해한다. 그렇게 계속해서 돈을 쓰면 어느샌가 내 통장의 잔고는 0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먹지 않는다. 밥을 먹어야 하는데도 밥을 먹지 않고 다른 것들로 때우려고 한다. 과자나 닭가슴살로 하루 때우면 되지 뭐-하는 생각들이 점점 깊어진다면 나는 정말 먹는 것에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아, 나 혼자 있을 때를 말하는 거지 누군가와 같이 먹어야 한다면 잘 먹는다.


그냥, 이사를 했고 이전 집보다 조금 넓고 숨통이 트였지만 그것마저도 공허함으로 다가온다. 당분간은 이 공허함을 저버릴 수는 없겠구나 생각이 든다. 오늘 저녁은 참외 세 쪽으로 버티려고 했는데 안될 것 같기도 하다. 마음 같아서는 청양고추마요 치킨이 먹고 싶지만 그저 먹고 싶을 뿐, 주문을 하지는 않는다. 그냥 참으면 되는 거니까. 다른 것들로 버티면 되는 거니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50. 꿈에서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