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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31. 2024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유

마치 히키코모리가 된 기분이다. 3-4년 전만 하더라도 집에 있는 게 너무나도 싫었고 무조건 집 밖으로 나가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변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한 해가 흐르고 지날수록 물가는 점점 더 오르기만 하고 날씨는 매번 역대 최고로 덥다거나 역대 최고로 춥다거나 하는 중간이 없는 날씨들도 한몫하는 것 같다.


최근의 날씨도 그렇지만 어딜 나가기가 두려울 정도로 날씨가 매우 뜨겁고 습하다. 햇빛 알레르기를 지니고 있는 나는 당연히 한여름에는 어디를 나가고 싶어도 나가질 못한다. 한 여름이어도 일이 있으면 일을 해야 하니까 일을 해야 하는 날이면 양쪽 팔에 팔토시를 두르고 모자를 꼭 챙겨 쓰고 일을 한다. 예전에는 창이 넓은 햇빛을 가려주는 모자와 얼굴을 가릴 수 있는 스포츠 마스크를 쓰기도 했는데 고객님과 소통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쓰는 것은 혐오감이 들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 어쩔 수 없이 마스크와 모자는 일반적인 걸로 바꿔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냥 해가 떠있는 시간에는 정말 죽을 것 같다. 그냥 너무 덥다! 너무 뜨겁다! 수준이 아니라 나에게는 마치 뱀파이어가 대낮에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처럼 고통스럽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정도를 공감할 줄 모르고 공감을 할 수도 없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햇빛을 쬐는 게 일상이고 아무리 덥더라도 '고통'이란 감정까지 도달하지는 않으니. 예전에는 이런 사소한 문제들로 많이 다투고 감정소비를 많이 했다.


나는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왜 자꾸 해가 떠있을 때 활동을 하고 돌아다니고 놀러 다니는지 몰랐다. 물론 내 의지로 걷고 돌아다니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하겠는데 누군가와 여행을 갈 때면 항상 부딪히는 문제였다. 나는 햇빛알레르기가 있는 어찌 보면 환자인데 해가 정말 최고로 뜨거울 때 걸어 다니고 여행이란 명목으로 계속해서 걸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도 그 마음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나 나름대로라도 살아야 할 것 같아서, 이대로 가다가는 아무도 이 고통을 이해해 주지도 공감해주지도 않을 것 같아서 살길을 찾아야만 했다. 햇빛이 쨍한 날엔 항상 우산을 들고 다녀야만 하고 선크림은 모르겠지만 최대한 햇빛을 피하면서 걷는 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사람들은 햇빛을 쬔다고 해서 고통스러울 정도는 아니니 그렇게라도 살아남았어야 했다.


이번에 다녀온 오사카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사람들이 한여름에는 일본 가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를 했고 현지에 사는 사람들도 절대 이 시기에는 일본으로 여행 오지 말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일이 없는 7월에 한 번쯤은 다녀와야 했었고 8월부터 11월 까지는 그래도 일이 뜨문뜨문이라도 있기 때문에 돈을 벌어서 월세도 내고 보험료도 내야 하고 핸드폰 요금도 내야 하는 상황이라 허겁지겁 다녀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본은 한국처럼 덥지는 않았다. 한국과의 날씨 차이라면 습한 수준이 말도 안 되게 맑았다. 하늘도 굉장히 청량했고 높았고 구름 한 점 없는 날씨가 대부분이었다. 대신 햇빛이 굉장히 어마무시하게 뜨거웠다. 일본에서도 해가 떠있는 시간에는 돌아다니지 못했고 돌아다니더라도 5-10분에 한 번씩은 편의점이나 가게를 들어가서 에어컨을 쐬어주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찌어찌 버티긴 했는데 내가 생각해 봐도 나라는 사람이랑 놀기 위해서든 돌아다니기 위해서든 참 피곤하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게 무서워졌다. 두려워졌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집만 지키는 집돌이가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 집 밖으로 나간다고 하더라도 사실 할 것도 없거니와 뭔가를 하기 시작하면 돈이 줄줄 새어버리는 바람에 없는 살림에 밖에 나가서 여유로운 커피를 마신다거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도 하다. 막말로 좋은 성능의 노트북이 있는 상황에서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일을 하고 있었더라면 시간을 내서라도 집 밖에서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사실상 내가 지금은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할 줄 아는 것이 글 쓰는 것 말고는 없기 때문에 집에서 집이나 지키면서 청소와 빨래, 집안일을 하는 게 차라리 속이라도 편하다. 대신 이 좁은 집이 오후 늦은 시간까지 해가 정말 잘 들어오는 집이라 집 자체가 뜨거워져서 에어컨을 반 강제로 틀 수밖에 없어서 8월의 냉방비가 얼마나 나올지 심히 우려스럽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세이브를 해서 하루하루 연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월세를 내지도 못하고 정말 길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겠다 싶다. 모든 사람이 나처럼 생각하고 걱정하고 불안해하지는 않겠지만 나는 나름대로 내 불안이 좋다.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가진 것만으로도 조금은 심심하고 지루한 인생일지라도 없는 것보단, 빚을 지고 불안하게 살아가는 것보다는 이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바라보는 사람의 시점은 제각기 다르겠지만 나는 그냥 이 생활이 지루하지만 좋다. 사실 더 이상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일을 나가기 위해서 사람들과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소통하고 눈칫밥을 먹고 허리를 숙여가면서 하는 일련의 모든 것들이 정말 토악질이 나오기 시작했다. 돈도 돈이지만 내 인생이 망가져가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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