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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ug 03. 2024

친구가 있었으면 좋았을 걸

친구가 있었으면 같이 여행도 다녔을 거고 같이 술도 마실 수 있었을 거다. 친구가 아니라 친구들이 있었더라면 지금보다는 더 행복하고 즐거운 '인생'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 친구라는 존재가 하나도 없다. 한 사람도 없다. 내가 정말 마음을 놓고 대화를 하지 않아도 침묵의 시간이 길어져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은 나에게 없다. 30대 중반이 되고 난 이후 내 성격은 굉장히 많이 바뀌기도 했다.


집에 있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고 지루해했다. 한창 돌아다닐 때는 서울의 전국을 돌아다녔다. 잠실, 건대, 김포, 종로, 사당 등 서울 어디든 쏘아다니곤 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지하철보단 버스 타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 이유는 지하철은 바깥 풍경을 볼 수 없지만 버스는 서울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버스를 탈 때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비가 오는 날엔 꼭 지하철보단 버스를 탔는데 비가 오는 날에 버스를 타고 음악을 들으면서 잠이 금방이라도 들 것 같지만 들지 않는 몽롱한 상태에서 버스를 타는 게 너무나도 나에게는 기쁨이었다.


물론 버스를 타고 가면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것보다 3-40분 더 늦게 도착은 하지만 그 시간을 바깥 풍경을 눈에 담는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아까운 시간도 아니었다. 나는 그런 시간이 누구보다도 소중했기 때문에. 집에 일찍 가서 쉬는 것이 나에게는 휴식이 아니었다.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집에 들어가면 집에서도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고 집을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스트레스였어서 오히려 늦게 들어가서 술 한잔하고 잠자리에 드는 게 나에게는 최선이었다. 그런 이유로 다음 날 출근이 굉장히 힘들었던 적도 많았다.


그런 일들을 겪고 시간이 지나니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물론 내 성격이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특이한 편이라서 주변에 친구들이 남아있을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남들보다 굉장히 더 많이 예민하고 예민하고 예민하다. 그래서 내 주변에는 친구들이 사실상 오래 붙어있질 못했다. 불평불만이 많은 데다가 예민하기까지 하니 누가 좋아해 주고 옆에 친구로라도 두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항상 그랬다.


내 인생에서 초등학교 / 중학교 / 고등학교 / 대학교 / 군대 이렇게 나눌 수 있겠지만 그 모든 구간들마다 친구들이 다 옆에 없었다. 물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 잘못도 있었을 수도 있고 없었을 수도 있다. 자세한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 친구들에게 불평불만을 매일같이 하소연처럼 하지 않았고 그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상당히 노력했다. 내가 성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아서 상대방에게 최소한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하고 살아왔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성인이 되고 나이를 먹고서 뒤를 돌아보니 나에게 남아있는 친구는 한 명도 없었다. 그 결과가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아왔다는 반증일 수도 있고 내 성격이 너무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탓에 주변에 남아있는 친구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는 나를 떠나는 친구들 그리고 상대방들을 욕하고 탓했는데 나이가 들어보니 이 모든 것을 이 모든 상황을 만든 것은 내 손으로, 나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라 나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주변에 친구들이 없으니 눈치 보지 않고 싫어하는 것까지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드니 이것도 하나의 외로움에 속하는 것 같다. 유튜브로 여행 영상을 볼 때마다 내 옆에 단 한 명이라도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었더라면 지금 당장 돈이 없더라도 여행이라도 한 번 다녀와서 저런 추억을 남기는 게 인생의 낙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괜히 부러워지는 것 같다.


나이가 먹긴 먹은 것 같다. 별게 다 부러워지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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