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났다. 밤낮이 완벽히 바뀌어버린 것도 모자라 슬슬 몸이 적응하고 있다. 낮에 자고 밤에 일어나서 활동을 하다가 또 해가 뜨는 걸 보고 자고 그리고 오후 늦게까지 잠을 잔다. 이렇게 밤낮이 바뀐 이유는 그냥 낮에 할 게 없다. 매번 감정의 흘러넘침을 겪고 난 뒤면 아무것도 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질 않아서 그냥 자버린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그냥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서 몸의 버튼을 꺼버리고 잠을 자버린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입추가 지나서 그런가 늦은 밤, 새벽은 생각보다 선선하다. 하지만 집에 들어오는 순간 선선했던 날씨는 사라지고 방 온도는 29도까지 오르고 있다. 오피스텔에 1년 살고 느낀 점은 관리비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는 걸 깨달았다. 본가에서 나온 뒤로 원룸만 전전긍긍하면서 살았는데 거기서는 하루종일 에어컨을 틀고 살아도 관리비가 10만 원 이상 나왔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오피스텔로 이사오기 직전 원룸은 해가 전혀 들어오지 않았고 창문을 열면 바로 옆 건물 타일이 세세하게 보일 정도로 가까운 원룸에 살았었는데 거기선 한 달 관리비가 5-6만 원 선에서 해결이 되었지만 그 관리비도 그때 당시에는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1년 동안 나라에서 생애 1회 지원해 주는 관리비로 매달 20만 원을 지원받았어서 그런지 20만 원 아래로 나오는 관리비는 그렇게 타격이 크지 않았다. 이제 앞으로의 기간 동안 오피스텔 관리비를 어떻게 해결하냐가 중요한데 사실 생애 1회 지원을 받은 이후로는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이랄 것이 없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전기와 에어컨을 줄여서 사용해야 하지만 방 안에 있는 난방기기에 쓰여있는 온도는 29도를 향하고 있다.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선풍기와 데스크톱, 창문을 열어두기만 했는데도 이 정도로 집이 뜨겁다니 믿을 수 없다.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고 싶지만 오피스텔은 정말 쓰는 대로 요금 폭탄을 맞기 때문에 너무 무서워서 틀고 살 수가 없다. 그래도 정말 덥고 미쳐버릴 것 같은 때는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데 큰일이다.
낮에 이런저런 활동을 할 수 없는 이유는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데 있고 햇빛이 뜨거워서 집 안에만 있어도 더워 미쳐버릴 것 같다. 왜 이리 1년 1년 시간이 지날수록 날씨는 더 극악무도하게 더워지고 추워지는지 모르겠다.
빨리 여름이 가고 겨울이 왔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허망 없는 기다림일 뿐 언제 날씨가 서늘해지고 추워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밤이 좋고 새벽이 좋다. 물론 그 시간에 하는 일이라고는 술을 마시고 하릴없이 컴퓨터 모니터만 덩그러니 바라보고 있다. 심지어 내 유튜브 피드는 정말 조잡함 그 자체라서 뭘 재밌게 보는 것도 없고 그냥 정말 시간 때우기용으로 채워진 피드밖에 없어서 새벽에는 그중에서 골라서 틀어두는 것도 고역이다. 그렇다고 영화나 드라마를 진득하니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새벽에는 피드를 돌려보다 정말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게임 유튜브를 틀어두던가 하는 편이다.
그럴 때 아주 작은 돈이라도 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도 하고 싶지만 내가 뭘 한다고 해서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고 이제는 나 자신의 능력까지 깎아내리기 시작하는 것 같다. 자신감도 사라졌고 없던 자존감도 여기서 더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무섭다. 그래서 낮보다 밤, 새벽이 더 좋아진 것 같기도 하다. 이젠 누군가에게 기대를 하는 것도 싫고 부담스러워졌다.
이렇게 몸을 365일 술로 혹사를 시키면 언젠간 무슨 병이라도 걸려서 빨리 죽지 않을까. 엄마도 연세가 있어서 몸 이곳저곳이 아프고 고장 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보다 내가 더 빨리 세상을 뜨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실 경기도에 살기 시작하면서 가보고 싶었던 곳들도 있었다. 부평이나 안양, 등 B급 감성을 가지고 있는 곳의 느낌을 느껴보고 싶었다. 예를 들면 범계역 같은 그 날것 그대로 남아있는 그런 곳들 말이다.
그런 곳을 돌아다니는 것도 돈이 있어야 돌아다닐 수 있는 거고 나처럼 땡전 한 푼 없는 사람은 집구석에서 하릴없이 돈도 안되고 도움도 안 되는 글이나 쓰고 있는 게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히키코모리 백수가 된 것 같다. 이렇게 살아도 누구라도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점점 나도 나를 놓기 시작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