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pty Aug 12. 2024

각자 열심히 사는 삶

멍하니 유튜브를 틀어두고 아무 생각 없이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면서 문득 드는 생각은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구나 그래도 저렇게 영상을 주기적으로 업로드하고 그것이 원동력이 되어서 오프라인 무대에서 공연을 하기도 하고 그러는구나'라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다.


어려서부터 나는 대체 뭘 해야 할까? 무슨 직업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어려서부터 철이 빨리 들었던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어렸을 때부터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막막했던 탓인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러던 중 주변 친구들을 볼 때면 어떤 친구는 그림을 굉장히 잘 그렸던 친구가 있었고 어떤 친구는 클라리넷을 다루던 친구도 있었고 그럴싸하게 성악 공부를 해왔던 친구들도 있다.


문득 그런 친구들의 근황이 궁금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튜브에 그 친구들 이름으로 검색해 보면 본인 의사와는 다르게 영상이 나오는 경우가 왕왕 있다. 가령 교회에서 찬송을 부른다거나 재능기부 형식으로 해왔던 것들을 누군가가 올려둔 덕분에 그 친구들의 근황을 볼 수 있었다. 물론 3-5년 이상 지난 영상들이지만 중학생, 고등학생 때 마지막으로 봤던 친구들이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꽤 열심히 살고 있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한 가지의 재능에 올인해서 노력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무기 하나를 어려서부터 준비했단 것인데 그게 참 부러웠다. 물론 지금도 그런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친구들이 너무나도 부럽고 또 부럽다. 대학생 때 처음으로 멋모르고 산 디제잉 기기가 계기가 되어 대학교 MT때 행사 준비를 돕기도 하고 그걸로 음악을 틀어주기도 했다. 정말 디제잉을 해버렸다는 게 그때 당시에는 너무나도 큰 동기부여였다.


그 계기로 학교 내에 소문이 돌았고 학교 축제가 있던 때에 그렇게 디제잉하는 것에 관심을 가진 친구 한 명이 축제 때 같이 디제잉을 하자고 제안을 했다. 그래서 그 친구와 돌아가면서 디제잉을 했고 학교 운동장 한편에 있는 부스에서 4시간가량 디제잉을 했다. 그때 그 분위기가 너무 즐거웠고 행복해서 아직까지도 여운이 남을 정도로 기억이 강했는데 그때 당시에는 정말 DJ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심지어 그때 한 학년 선배는 졸업하기 전부터 홍대 근처에서 디제잉을 배우고 한 번씩 메인타임을 진행하기도 했었는데 그 형을 만나서 조언을 구했던 적이 있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이 직업인데 일을 해보니 어떠냐고 물었다.


그 형은 정말 현실적으로 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월급이 제때 지급이 되지 않는 게 대부분이라고 했고 이쪽 바닥도 그다지 좋지 않다고 이야기를 했다. 물론 20대 중반도 되기 전에 그 이야기를 들었으니 10년도 더 지난 일이라서 지금은 어떻게 처우개선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하기야, 2024년 지금 이 세계는 방구석에서 영상으로 업로드를 해도 누구나 디제잉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어버려서 딱히 디제잉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거나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어려서부터 하고 싶었던 건 많았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지만 정말 행복했던 디제잉이라는 직업. 그리고 글을 쓰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보람차게 느꼈던 마케팅, 강남의 커피 프랜차이즈 회사 본사 마케팅팀으로 들어가서 각 직영점을 돌아다니며 사진촬영을 하고 음식이나 커피 사진을 올리면서 글을 쓰면서 다양하고 즐거운 경험을 했던 것과 얼마 일하지 않았지만 오프라인 행사를 운영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내 배려로 인해 사람들이 즐거움을 느끼고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데서 오는 뿌듯함과 성취감, 강남의 스터디카페 오픈멤버로 시작해서 이대, 을지로까지 지점을 옮겨가며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사람 상대하는 건 다시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카페 경력, 대형 스트릿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손님 응대와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참 매너 없고 성격이 좋지 않아서 그런 사람들이 있는 곳은 다시는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트레스가 가득했던 곳 등 참 다양한 일을 해왔었다.


그런 것들을 다 제쳐두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라곤 간단한 사진 편집, 겨우 할 줄 아는 글쓰기 정도이다. 이런 능력으로는 이 험난한 세상과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한국사회를 감당해 낼 자신이 없다. 마찬가지로 사회에서도 이런 보잘것없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선호할 리 없다. 대한민국 사회에 진절머리가 나서 다시는 사회에 내딛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벼랑 끝에 몰리니, 내 생활로 버틸 수 없으니 다시 손을 뻗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누가 좋아하려나 싶을 정도로 볼품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작가의 이전글 밤낮이 완벽히 바뀌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