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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ug 22. 2024

이유가 없다 모든 것에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너무 엉망인 상태가 지속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지 삶의 이유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요즘은 발라드 음악을 들으면서도 눈물이 흐르기도 하고 흐르기 직전까지 가기도 한다. 어렸을 때나 예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는데 이건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 음악의 멜로디가 좋아서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남들보다 몰입도가 높기 때문이고 음악의 멜로디를 들을 때마다 울컥하고 눈물이 흐를 것 같은 이유는 나와 취향이 같은 것 같은 이유기도 하다.


특히나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예준이라는 가수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새벽마다 울기도 한다. 김나영의 노래를 듣고서도 항상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다. 최근에 마지막으로 본 축제에서 권진아의 라이브를 들었을 때도 정말 너무나도 슬펐고 굉장했다.


그런 가수들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울음이 터지는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그들의 감수성과 나의 감수성이 일치하는 이유일까 싶기도 하지만 그냥 음악을 들으면서 따라 부르려는 시늉을 할 때 울음이 더 벅차오르게 터지는 것 같다. 마치 내가 음악을 부르는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음악을 부르고 눈물을 흘려도 딱히 이유를 찾을 수는 없다. 내가 사는 이유와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돈을 벌어도 돈을 벌지 않고 무대 뒤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직원처럼 일을 해도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더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냥 이 모든 것을 정리하고 청산하고 조용한 곳으로 도망가고 싶다.


나는 나 자신을 예술가라고 지칭하지 않는다. 몇 년 전,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예술가의 피가 흐른다는 둥 말도 안 되는 말을 떠들어대고 다녔지만 결국 나는 예술가의 피가, 예술가의 재질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그냥 예술가를 따라 하는 아무것도 아닌 일반인이라고 생각이 든 이후에는 아무에게도 그런 말을 하고 다니지는 않는다. 예술가는 열심히 노력해서 무언가 하나의 콘텐츠라도 만들고 그걸 궤도 위로 올려놓아 사람들에게 알리고 인지도를 쌓고 인지도를 쌓은 이후에는 음악이나 어떠한 콘텐츠를 만들어서 그들에게 내놓고 시장의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돈을 벌거나 돈을 잃는다.


나는 시장의 판단과 결정을 받기도 전에 일반인들에게, 소위 아무개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에게라도 판단을 받을 수 없을 정도의 글을 쓰고 있고 글 쓰는 행위를 전념할 수 있지만 그렇게 전념하면 내가 정말 정신적으로 무너질 것 같기도 하고 돈도 되지 않고 바라봐주는 사람들이 한정적이라는 것도 크나큰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내 글을 '아직까지도' 읽어주고 하트를 눌러주시는 분들에게는 너무나도 큰 감사함을 전달드리고 싶지만 나의 지금 구독자 수가 94명인데 그들 중 50% 이상은 브런치를 하지 않거나 글을 읽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래서 사실 숫자에 연연하지 않기로 마음을 다잡았지만 결국 한 사람이 빠지거나 한 사람이 늘어가거나 하는 것들이 모두 나의 감정이나 정서적으로 무언가 플러스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마이너스 요소일 수도 있겠지만.


모르겠다.


이유가 없다. 살아갈 이유가 없고 이렇게 노력하고 누군가와 소통을 해서 이런저런 일을 잘 해결해나가려고 하는 나의 모습도 이유가 없어졌다. 친누나가 얼른 결혼을 하고 상견례를 마쳤으면 좋겠다. 그리고 엄마가 빨리 어떠한 병이라도 걸렸으면 좋겠다. 나는 엄마를 떠나보내고 최소 2-30년을 더 살아갈 자신이 없다. 그것이 나의 전부이다. 지금도 이렇게 허덕이면서 사는데 부모님 모두가 이 세상을 떠난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갈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정답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다면 나 혼자 남는 세상에서 어떤 것을 어떻게 혼자 해결을 하고 베짱이처럼 살아가야 하는 방법을 깨달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무섭다. 아빠도 엄마도 돌아가시고 친누나는 결혼을 하고 난 뒤에 나는 혼자 남는 인생이라면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때로 간다면 내 인생을 걸거나 내 인생을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가장 크다. 불안하다. 무섭다.


이렇게 글을 쓰다 죽어버리는 게, 아무 소리소문 없이 죽어버리는 게 축복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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