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했었다. 스타트업 회사에 가서 일하는 것이 나에게 맞는 것은 아니었지만 스타트업들이 다루는 장르가 나와 너무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상하게 지원하는 회사마다 중소기업도 아니고 이름이 있는 회사도 아니고 정말 이름도 없고 회사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스타트업에 지원해서 일을 하곤 했다. 물론 오래 일 한 것도 아니지만 그런 스타트업들을 겪고 나서는 참 많은 생각들을 했다.
여느 스타트업 회사를 다닐 때 대표님이 직원들에게 전달해 준 뉴스기사가 있었다. 그건 소위말해 정보 빼내기 같은 대기업의 횡포였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이제껏 형상화되지 않은, 궤도에 오르지 않은 아이템들을 다루어야 하는데 대기업에서 대기업 특유의 대형 몸집을 이용해서 아이템을 빼간 다음 그 아이템이 본인들이 만들었고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고 하는 뉴스들이었다.
그 뉴스를 접했을 때는 내가 자영업을 하리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시기여서 세상 전날 남의 일이라고 생각만 했다. 물론 스타트업의 아이템을 빼앗아 간 대기업을 욕하고 혀를 쯧쯧 차기도 했다.
하지만 자영업을 하게 된 내가 그걸 겪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무슨 좋은 아이템이 있어서 sns로 홍보를 하면 업계 종사자들이 누군가에게 보고를 하는 건지 소문이 굉장히 빠르게 돌았다. 그리고 나랑 같은 날짜에 같은 형태의 게시글을 올리고 있는 걸 확인했다. 그걸 보고 나서 아, 이게 대기업의 횡포구나, 대기업은 아니더라도 이미 이 시장을 장악한 사람들이 나 같은 소위 스타트업의 아이템을 하나씩 빼가는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놓고선 고객에게 저희가 만든 거예요~^^라고 하면서 알랑방구를 뀌어대겠지.
역하다. 역겹다.
이 업계가 깨끗하고 청렴할 줄 알았다. 더럽다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더럽고 추악할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어쩜 이렇게 더럽고 어린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저급하고 더럽고 추악하고 악취가 날 수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호기롭게 도전했지만 이 일을 오래 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나도 마음을 정리해야 할 순간들이 올 것이고 실질적으로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하나하나 정리를 하면 시간이 얼추 맞을 것 같기도 하다. 다시는 이런 더럽고 추악한 업계에는 다시는 발을 들이지도 않겠다고 다짐한다.
정말 토 나올 정도로 충격받아서 지금 새벽 3시 56분인데도 글을 쓰고 있다. 너무 큰 충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