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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Sep 21. 2024

요즘 책상 앞 의자에서 졸고 있다.

이상해지긴 이상해졌다. 상당히 이상해졌다. 잠을 자기 싫은 것이 이유인지 아니면 나도 모르게 그냥 눈이 감겨 의자에서 졸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의자에서 등을 기대고 코를 골고 잠에 든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나도 놀라서 잠에서 깰 때가 있고 급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냥 누워서 자는 게 불편해서 그런 걸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결국 그냥 이 자리가 편해서,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같이 살았던 집에서 아빠가 가져다준 게이밍 의자에서 생활했던 패턴이 아직까지 녹아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때 아빠가 그냥 앉아있어도 아늑한 검은색과 붉은색 라인으로 마감처리를 한 게이밍 의자를 사 오신 적이 있었다. 그 의자가 굉장히 편했고 소파나 소파베드처럼 누울 수 있을 정도로 기울어졌기 때문에 밤새 술을 마시고 그 의자를 끝까지 뒤로 젖혀 간간히 잠을 잤던 적도 있었다. 아니 많았다. 그렇게 해서 잠을 자고 눈을 떠보면 컴퓨터로 무언가를 틀어둔 상태로 잠에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잠에서 깨어나보면 날은 밝아져 있었고 나는 그때부터 아 이렇게 자면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술을 더 마신 후에 잠자리에 눕곤 했다.


그 집에서 살 때는 거의 폐인처럼 생활했었던 것 같다.


이불을 접지도 않고 계속해서 깔아 두고 대충 한 켠으로 밀어 두고 의자와 책상 그리고 컴퓨터 앞에서 생활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그 패턴이 익숙해져서 지금 이 집에 살면서도 그 패턴이 이어진 것 같다. 고쳐야 된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옛 생각이 날 뿐이다. 내가 옛날에 그렇게 살았고 그런 생활패턴이 있었구나 깨닫고 잊고 있던 기억을 다시금 되찾았을 뿐이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인생이 힘들어질 줄 몰랐겠지. 아빠가 급하게 돌아가실 줄 몰랐었고 우리도 집을 이사하고 그렇게 풍비박살이 날 줄 몰랐겠지. 그렇게 그때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산다는 것 자체가 참 힘든 일이겠구나 싶은 거겠지.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지도 않고 이렇게 살다가 정말 죽어버리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엄마를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니 60대가 늙은 나이도 아니니까 더 살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너무나도 큰 부담이었다. 엄마가 죽는 것을 바라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래 살지 말아야겠다고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를 하고 살아오셨기 때문에 적어도 지금쯤이면 오래 살았구나라고 생각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부터가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나는 그러면 어떻게 더 오래 살아야 한다는 걸까? 엄마보다 건강하게 살고 돈을 벌고 살면서 엄마보다 오래 살아야 하는데 지금 생활패턴으로는 나는 엄마보다 더 오래 살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 든다.


엄마가 빨리 돌아가셨더라면 나도 더 이상 이 세상에 미련을 두지 않고 빨리 생을 마감할 수 있었을 텐데 아직까지 엄마는 죽음이란 감정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엄마의 엄마인 나에게 할머니인 존재는 정확하지 않지만 80대를 넘어 90대를 바라보고 있다. (193x 년 생이시니까 아마 90세가 넘으셨을지도 모르겠다.)


할머니의 피를 받아 그렇게까지 오래 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싶은 고민이 굉장히 많이 든다. 엄마를 위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고 강제로 건강하게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추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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