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지만
언제부터 마시기 시작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계속해서 날마다 마셨던 것 같다. 마시지 않은 날을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매일 주기적으로 마셨다. 그리고 이틀 동안 엄청나게 부어댔던 여파로 간이 팅팅 불어서 해독조차 안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계속해서 머리가 아파왔고 간이 아픈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먹어보지 말고 한번 버텨보자라는 생각으로 밤 11시까지 버텼다. 사실 먹지 말자고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두통과 숙취가 너무 심해서 오늘은 좀 건너뛸까? 하는 생각을 혼자 했지만 그럼에도 조금만 마실까?라는 생각이 있었고 두 가지의 생각이 깨어있는 동안 계속해서 대립을 이루었다.
밤 10시 정도가 되었을 때 술 생각이 났지만 내 몸 상태와 다음 날 있는 약속으로 인해 마시지 말아 보자 생각을 하니까 약간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과자를 대충 우걱우걱 씹어 넘겼고 1차 위기는 다행히도 넘긴 것 같았다. 그리고 찾아오는 허가는 참을 수 없었다. 하루종일 김밥 한 줄만 먹었던 터라 배가 미친 듯이 고파왔다. 원래 같았으면 배고프면 대충 술 마시면서 입으로 들어가는 안주 정도로도 끼니를 때울 수 있었겠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김밥 한 줄을 더 먹었다.
그렇게 늦은 시간에 먹은 것도 분명 좋지 않았겠지만 이 허기를 해결함으로써 2차 위기를 넘긴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술을 먹지 않고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소주보다는 다른 위스키나 그런 술을 먹으면서 버텨보자 했겠지만 이번에 든 생각과 감정들이 술을 여기서 한번쯤은 끊어줘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물론 나도 술을 끊고 싶다. 완전히 끊는 것이 아니라 내 의지대로 마실 수 있을 때 마시고 마시지 않아도 될 때는 억지로 마시지 않는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큰 목표이지만 그렇게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 것 같다. 그래도 계속해서 오랜 시간 쉬지도 않고 먹었으니 하루 정도는 쉬어줘야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도 조금이라도 마시고 잘까? 하는 생각이 대립하고 있었을 때 뇌리에 스친 생각은 '여기서 포기하고 술을 두세 잔만 마시더라도 체내에서는 어찌 됐든 '알코올이 들어왔다'라고 느낄 것 같다'라는 생각이었다.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렇게 생각을 해보니까 마시지 않을 수 있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는 몇 번이나 있었지만.
위기라기보다는 너무 오랜 시간 술을 마셔서 그런지 취하지 않은 맨 정신으로 잠자리에 드는 것이 굉장히 정말 대단히도 어려웠다. 잠자리가 불편해서 계속 뒤척거리면서도 잠은 잘 수 없었고 창문 밖에서 비치는 조명이 맨 정신에 잠드는 것을 계속해서 방해했고 취해서 잠에 들지 않은 것이 정말 오랜만이라 (내 의지로 술을 마시지 않고 맨 정신으로 누운 것 자체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예전에 이따금씩 술을 마시지 않고 잘 때에는 몸이 너무 힘들어서 지쳐서 기절해서 잠들어서 술을 못 마셨을 때도 있었다)
자야 할 시간은 한정적이었고 그 시간에 어떻게든 잠을 자던가 뜬 눈으로 밤을 새우거나 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눈을 감고 있어도 잠을 청하는 게 쉬운 것이 아니었다. 눈은 감기고 잠은 자고 싶은데 뇌는 아직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찌어찌 잠자리에 들어서 잠을 잤는데 생각보다 3시간 정도 잔 것에 비해서는 컨디션이 꽤나 괜찮았고 아침에 일어나는 그 15분이 가장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나름 컨디션 괜찮게 잘 일어났다.
생각보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까 그렇게 죽어버릴 것 같다거나 고통스러워서 미쳐버릴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술을 마시지 않아서 허전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인생에서 지금은 아무것도 남아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과 감정들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도 무언갈 보면 재밌어하고 행복하다는 느낌과 감정을 느끼고 싶은데 요즘의 나는 웃지도 않고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오히려 불행해서 하루라도 빨리 비명횡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만 살아가니 얼마 모으지도 않은 돈에 집착하게 되고 돈을 쓰는 것도 민감하고 계산적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마치 "내 인생에서 마지막 돈이니까 최대한 아껴서 베짱이처럼 살아야지"라고 말하는 것처럼.
돈을 벌어서 그 돈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은 물론 행복하지만 나에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돈을 벌어도 행복하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해도 즐겁고 행복하지가 않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모든 순간이 행복하고 즐거울 수 없다고 이야기하겠지만 나에게는 일말의 순간들도 행복하지 않다. 내가 내 손으로 만든 내 세상에서 나 혼자 고통스럽게 혼자 쓸쓸하게 죽는 거지 뭐 별 거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