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언제까지 마셔야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좋다고 술을 매일같이 먹기에는 나이도 있고 건강도 조금씩 문제가 생겨나고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더 이상 술을 마시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무슨 일이 있으면 그래 술 마시고 잊으면 되겠지 오래 살 것도 아닌데 무슨 건강 걱정이야 죽으면 죽는 거고 아니면 조금이라도 더 사는 거겠지 뭐-라고 생각했었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술을 마셔야 하는 이유가 있나?라는 생각이 아주 옅게 생각이 든다.
술을 마시지 않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나도 지금 누구보다도 미쳐버릴 것 같은 마음과 정신 때문에 술이 없으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이다. 이게 그러니까 중독적인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아 하루도 마시지 않으면 안 돼 술을 줘'라는 생각보다는 '하루씩이라도 건너서 마시고 싶은데 마셔야 되는 이유가 있을까? 마시지 않을 이유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점점 변해간다는 것이다.
우선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술은 결국 돈이다. 돈으로 결제를 해서 술을 마셔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살 수 있는 술은 무한정 정해져 있지 않다. 더 마시고 싶으면 내 돈을 내고 결제를 해서 마셔야 된다. 그리고 돈이 없으면 많이 마실 수도 없다. 그러니까 이 마음이 우선시되는 것 같기도 하다. 돈이 없으니까 술을 마음껏 마시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 첫 번째일 테고 두 번째는 술을 조금 마시던 많이 마시던 어찌 됐든 내 몸에서 느끼기에는 알코올로 인식을 할 테고 적든 많든 그것을 해독하려고 할 텐데 그렇게 되면 차라리 하루라도 마시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두 번째였다. 조금 마실 바에는 많이, 많이 마실 바에는 기절할 때까지 마시던지 아니면 두세 잔 마시자고 술에 입을 대는 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됐던 몸에서는 알코올이 들어오는 건 마찬가지일 테니까.
그리고 세 번째는 요즘 술을 좀 마시다 보면 책상 앞 의자에서 자꾸만 졸거나 기절해 있다가 깬다. 어제는 마지막으로 컴퓨터 시간을 본 게 새벽 2시 36분쯤이었는데 한 번씩 놀라서 깨면 2시 45분 그리고 또다시 잠들었다가 깨면 새벽 3시 정각 막 이렇게 시간이 훅훅 지나가는 걸 보고서 이렇게 사는 게 과연 나에게 맞는 걸까 내가 아무리 힘들고 지친다고 해서 이렇게 인간답지 못하게 알코올 중독자처럼 살고 술 마시다 기절하는 이런 상황을 내 손으로 만들면서까지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도 들게 했다. 그렇게 새벽에 의자에 기대서 자는 줄도 모르고 나 혼자 비몽사몽 한 상태로 자는 게 참 익숙하지 않았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 내 방이 있었을 때는 밤낮으로 술을 마시고 의자에서 자도 이렇게까지 자괴감이 들지는 않았었는데.
술을 끊고 싶지만 술을 끊고 싶지도 않다. 요즘 들어 무거운 걸 들거나 소주병을 한 손으로 들었을 때 손이 떨리는 걸 내 손으로 봤다. 그렇게 보니까 조금이나마 자책감이 느껴져서 그런지 술을 최대한 안 마시려고 노력하고 나는 머릿속에서 지금 여러 가지 감정들이 얽히고설키며 싸우고 있는데 술이라는 것이 내 인생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해 보자. 과연 그 이후에는 내가 정말 행복할까. 술을 마시지 않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미래도 없는 내가 하루하루 술을 먹지 않는다고 해서 행복하거나 지금보다 덜 불행해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술을 마시는 것이 마시지 않는 것보다는 안 좋겠지만.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버티고 어떤 삶을 살려고 노력을 해야 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20대 때보다 더 심하게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럴 때 이런 생각들을 잊으려고 술을 마셔야 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또 다르게 생각해 보면 이게 자기 합리화인 것 같아서 짜증 나고 괴롭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