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의 대화는 선택을 기반으로 시작되는 것 같다. 그런데 문득 든 생각은 '말투'라는 것에 대화가 참 많이 바뀌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 유야무야 청소를 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든 생각은 요즘 누군가가 나한테 "좋은데요"라는 말도 많이 해주었고 "그렇게 하시죠"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나도 사람인지라 어느 상황에서 어떤 말을 들었는지 100% 정확히 떠올릴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저 두 가지의 말은 꽤나 머릿속에 깊숙이 박혔나 보다.
논스에 있으면서 참 많은 경험을 경험했다. 사람들이 이렇게 선하고 마냥 좋을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 가장 크게 느꼈다. 실제로 이곳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한 분 한 분 큐레이션을 한다. 이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어떤 생각으로 미래를 맞이하는지 등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충분한 시간을 나누고 결정을 한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일반 대한민국의 사회라는 이념과는 다르다는 곳을 하루가 다르게 깨달아가고 있다. 오늘은 새벽 내내 잠을 못 자서 약을 털어 넣고 억지로 잠을 자야겠어서 잠을 청했지만 알람을 못 들은 건지 듣고 꺼버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 시계를 본 시간이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내 출근 시간은 10시인데. 일어나자마자 너무 놀라서 황급히 씻으려 화장실에 간 것이 아니라 침대에 곧이곧대로 앉아서 곰곰이 생각을 했다. 그 와중에도 생각은 많이 했다.
첫 번째로는 내가 왜 이렇게 늦게 일어났을까. 그것에 대한 답은 약을 먹었기 때문이다. 약을 쉽게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약에 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두 번째는 어느 회사를 다녔어도 이렇게 출근시간이 훨씬 지나서 일어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는데 이런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너무 당황스럽고 황당한 나 자신을 마주하면서도 이것은 내 잘못이니 인정하고 대표님과 매니저님에게 연락을 드리자-하고 연락을 드렸다. 너무나도 죄송했다. 내가 없어서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한 사람의 존재가 약속을 어겼다는 느낌이 자꾸만 들어, 너무나도 미안했고 죄송했다. 이내 돌아온 답변은 알겠다는 답변이었다. 그 연락을 받고도 나는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출근시간보다 훨씬 더 늦은 시간에 출근을 했고 출근하자마자 먼저 와있는 직원들의 눈치를 보기 바빴고 잘못이라도 뉘우치듯 계속해서 자리를 지켰고 벗어나서 먼저 말을 걸거나 할 수가 없었다. 나 자신의 감정이 불안했기 때문에 그 순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고 해야 할 일을 하고 난 뒤 자리에서 글을 쓰려고 브런치를 열었을 때, 대표님이 나에게 와서 무슨 일은 없냐고 다정하게 물어봐주셨다. 나는 대표님이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순간이 오면 급작스럽게 얼어붙는다. 급속도로 긴장하고 불안해한다. 무슨 말을 하실까, 아니 한 회사의 대표가 나에게 와서 말을 건다는 것은 무슨 큰일이 있다거나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렇게 대표가 와서 나에게 한 말 들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그만 나와달라는 말들이었으니 불안한 게 어느 정도는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들었던 이야기들은 그리 긍정적인 말들이 없었으니.
안부를 물으셨다. 요즘 별일 없냐, 치과 치료는 잘 받았냐며 너무나도 다정히 책상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조금은 무서웠지만 그 자리에서, 그 분위기에서 나오는 안정감이 참 행복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가 너무 세상에 찌들어 불필요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긴장감을 놓아서는 안될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너무 좋았다. 아무것도 한 것은 없지만 인정받는 느낌을 나 혼자서 받아서 기쁘기도 했고 뿌듯하기도 했다. 사실 이곳에서 적응하기 어려울 줄 알았고 너무나도 무서운 곳에 혼자 무인도에 갇힌 것처럼 막막했는데 이제는 이곳이 아니라면 되려 적응하는 것이 쉬울까? 하는 고민을 한다. 속상한 부분도 있을 거고 행복한 부분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것 같다. 더 설명하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그냥, 그냥 좋다. 이 과정들이 너무나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