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불타는 신림동의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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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빨래를 하고 뒹굴거리다가 출출해진 것도 이유겠지만 내일 먹을 것이 전혀 없다는 생각에 주섬주섬 집 앞 편의점에 나갔다. 나간 시간은 오후 11시 36분. 대충 신발을 구겨 신고 마스크를 끼고 문을 열자마자 옆집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는데 그 좁은 통로에 남자 둘이 어깨를 펴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이 좁다는 것에 조금 의아했지만 원룸인데 뭐 어쩌겠어-하면서 대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그리고 내가 건물주도 아니고 집주인도 아니니까 눈치 보면서 살아야지 뭐)


이사를 해서 편의점이 조금 더 가까워졌다. 가는 길엔 최근에 새로 생긴 고깃집이 있는데 평소에는 사람이 없었는데 불타는 금요일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테이블이 상당히 채워져 있었다. 그중에서 유난히 왁자지껄 한 테이블을 보니 젊은 남녀가 2:2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딱 봐도 헌팅을 한 것 같았다. 저렇게 꾸미고 노는 게 신림동의 전통이었지! 하면서 조금은 쓸쓸하게 편의점에 갔는데 먹을 것이 딱히 생각나지도 않고 먹고 싶은 것도 없어서 내일 먹을 컵라면을 하나 사고 출출해서 감자 샐러드, 단호박 샐러드를 하나씩 샀다. 2+1이라는 말에 호다닥 세 개를 담았지만 교차 증정이 안된다고 하기도 했고 교차 증정을 하는 감자 샐러드가 없었다. 시무룩하던 와중에 사장님이 어차피 2+1이니까 아무거나 하나 가져오시면 제가 그걸로 대체해드리겠다는 점장 포스에 너무나도 신이 나서 아, 정말요? 너무 감사해요-라는 말로 인사를 꼬박 하고 나왔다. 사장님이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운영 중이셨는데 약간 일본 심야식당을 보는 듯했다.


편의점에서 나와서 집까지 가는 그 짧은 시간에도 화려하게 꾸미고 이쁘게 입은 사람들이 꽤나 보였다. 저런 사람들은 저런 삶을 사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들과 금요일을 즐기는 그런 삶이 꽤나 부러워졌다.


그냥, 난 요즘 꾸민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생각이 많아진다. 불타는 금요일이지만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꽤나 울적해지는 일이다. 재밌는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는 tv와 방엔 아직까지도 정리하지 못한 짐들이 쌓여만 있다.


이런 삶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마냥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오늘 밤은 또 어떻게 보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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