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편의점 소주

산다는 건 다 그런 건가보다.

by empty

출출해서 편의점에 다녀왔다. 터덜터덜 아무런 생각 없이 편의점에 들러서 인사를 하고 과자 칸을 돌아보고 먹고 싶은, 먹고 싶었던 과자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데 편의점에 들어오자마자 소주병 한 개를 들고 안주거리를 찾아 서성이던 여성을 봤다. 편의점은 상당히 좁았기에 그것이 다 보였는데 소주 한 병만 결제하는 모습을 뒤에서 보게 되었는데 그 느낌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저 사람이 혼자 살건 친구가 없건 이별을 해서 소주만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 느낌이 너무 허탈했고 외로워 보였다. 그 단순한 안주인 과자도 하나 사지 않고 소주 한 병을 작디작은 가방에 억지로 넣고 아무렇지 않은 듯 가는 모습이 꽤나 쓸쓸했다.


이런 모습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 생각했다.


나는 나만이 편의점에서 오롯이 술만 사는 사람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괜한 내적 친밀감이 생겼다. 그분은 집에 가서 무슨 안주와 술을 마실까, 집에 책상은 있을까, 방바닥에서 대충 병나발을 불고 술기운에 취해서 자는 것은 아닐까 괜한,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내 눈으로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처음이다. 물론 집에 술이 넘쳐나지만 혹시 몰라 샀을지도 모르고 함께 먹을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내가 본모습만 놓고 보자면 그 모습은 상당히 외로워 보였고 애처로워 보였다.


마치 과거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하루라도 술이 없으면 지구가 멸망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걸 지도 모른다. 마음속에서는 '혼자도 괜찮아요! 많이 마시지 말고 얼른 자요! 오늘도 고생했어요!'라는 말을 건네주고 싶었지만 말도 안되는 상상일 뿐, 그래서 그의 오늘 남은 밤과 새벽을 응원하기로 했다.


부디, 오늘 밤은 힘들지 않고 외롭지 않은 날이 되기를,

from. 아무것도 모르는 동네 주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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