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걸 해도 무의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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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것들이 있다. 누군가는 연예인을 좋아한다거나 잘생긴 남자그룹을 좋아한다던가 하는 소위 말해 '덕질'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그들이 좋아하는 존재들을 좋아하고 더욱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마음도 십분 이해한다.


나는 다행히도 연예인이나 가수, 걸그룹을 미친 듯이 좋아하는 정도는 아니고 간혹 소식 정도만 보거나 유튜브에서 알고리즘에 뜨는 영상들만 가끔씩 보는 정도이다. 그런 내가 요즘에 빠진 것이 있다. 사실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아직까지도 막막하다고 느끼는 와중에 이유 없는 배려로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한동안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과 고민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 와중에 내 시야에 들어온 메이플스토리라는 아주 오래된 게임은 어느샌가 모르게 갑자기 하고 싶다는 의욕이 넘쳐났고 이상하게 하루의 일과시간을 게임을 하면서 보내고 있었다.


물론 게임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고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나 재능이 굉장히 없었던 터라 무슨 게임을 해도 오래 꾸준히 하지 못하고 금방 싫증이 나더랬다. 정말 어려서부터 이게 문제였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이 같이 게임을 하러 우리 집에 오면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게임은 많았지만 내 성에 차는 게임은 정말 하나도 없었다. 그중 아직까지도 기억나는 친구는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했던 친구 무리 중 한 명이었는데 그 친구가 한 번은 중학생 때 즈음 놀러 온 적이 있었다. 집으로 초대해서 내 컴퓨터에 깔려있는 게임들을 보여주고 하나씩 같이 실행해서 게임을 했다. 그 친구가 아는 게임도 있었고 그러지 못한 게임도 있었다.


그 친구는 어떤 게임을 하더라도 늘 재밌게 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부러움도 있었으나 어떻게 저걸 저렇게 지루하지 않게 할 수 있는 거지?라는 물음표가 생겨났다. 그때 당시에도 아마 RPG 게임이 있어서 했던 것 같은데 나는 레벨 1부터 점점 강해지게끔 만들어하는 것을 너무나도 싫어했다. 정말 지루해했다. 어려서부터 그런 성격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가 만들어 둔 퀘스트를 모두 깬 계정을 구매해서 나 혼자 아무런 자유롭게 노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RPG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육성에 있다. 메이플스토리도 같은 결에 속하는데 몇 백만 원짜리 계정을 산다면 무리 없이 매일 몬스터나 보스나 어렵지 않게 깰 수 있다. 나는 키우는 것보다는 차라리 돈을 주고 사서 자유롭게 스트레스받지 않으면서 플레이하는 걸 좋아하지만 게임이란 게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구태여 돈을 투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래서 자꾸만 충돌한다. 게임 내에서 자꾸만 죽고 깰 듯하면서 마지막에 죽고 하는 모습들을 보면 내가 정말 손이 똥손이라 컨트롤을 못해서 그런 건지 게임 이해도가 낮은 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하긴 내가 넥슨이란 게임 회사를 알게 되고 메이플스토리라는 게임을 했었을 때가 찾아보니 2002년 3월 7일에 처음으로 넥슨에서 주로 사용하던 아이디로 가입을 했고 그리고 2018년 8월 16일 추가로 아이디를 더 생성했던 기록이 나온다. 그럼 내가 2002년 3월부터는 넥슨이라는 회사의 게임을 했다는 뜻인데 가입한 지는 무려 23년이 됐고 그중 메이플을 한 기간은 몇 년이 되었겠지만 아직까지도 적응하기가 힘들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고통과 게임 캐릭터를 키운다는 고통과 반비례해서 즐겁거나 키우는 맛, 강해지는 맛이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나는 그런 과정들을 너무 싫어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막히면 게임에 싫증이 나서 그만두어버리곤 한다. 항상 메이플을 하면서 오는 매너리즘이었다.


아마 그래서 나는 아직까지도 좋아하는 걸 하더라도 금방 싫증이 나는 것 같다. 비단 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무언가 막힌다거나 그런 경우에는 여지없이 항상 그만두어버렸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배웠던 악기들도 그랬다. 피아노도 태권도도 검도도 통기타도 여지없이 내가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금방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이 생각보다 빠르게 퍼져서 실제로 금방 금방 그만뒀던 기억이 난다.


이런 걸 극복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싫어하는 걸 최대한 하지 않으면서 지내는 게 맞는 걸까. 30대 중반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해결 방법을 못 찾겠다. 게임뿐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통용되는 부분이다 보니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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