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들고 처음으로 외출한 날

노심초사 그리고 또 노심초사

by empty

보기 좋게 첫날 애지중지 가지고 나갔던 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모습에 쫄아서 사진 네다섯장만 찍고 후다닥 집으로 들어왔었더랬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이 집으로 들어오면서 날짜와 시간 개념이 정말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단지 깨어있을 때 가족들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늘 자리를 피하기만 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집에 있는 밥도 챙겨 먹고 옷도 따듯하게 입고 카메라를 챙겨서 마주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서 나왔다. 하지만 집을 나왔어도 딱히 사진을 찍으러 갈만한 곳도 없었거니와 이미 어둠이 그득히 내려앉은 시간대였기 때문에 어디론가 멀리 나간다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했었다. 물론 집과 멀어지면 나야 좋긴 하겠지만 그놈의 돈이 문제였다.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해보려고 나가면 무조건 돈이었다. 물론 혼자 살 때보다 월세도 관리비도 내 돈으로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은 있겠으나 그래도 집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금이나마 돈을 아끼는 것이 중요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굉장히 낡은 동네였다. 인프라가 잘 되어있고 주변 인프라가 굉장히 잘 되어있었던 이전 오피스텔과 비교했을 때 정말 4성급 호텔에서 지내다가 민박에 온 기분이었다. 그 정도로 동네가 낡았고 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동네 곳곳에서는 담배 피우는 노인들부터 시작해서 구걸하는 노숙자까지 있는 아이러니한 동네였다. 내가 독립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동네가 이 정도까지 무너지지 않았던 것 같은데 여러모로 신기했다.


사실 이곳은 어디를 나가더라도 빌라들이 가득하고 높은 건물은 역 근처에 가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지만 우리 동네 한정해서는 낡은 빌라와 오래된 구축 아파트들만이 즐비했다.


다행히도 그날 나가면서 찍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아쉽지도 않았다. 그렇게 비싼 카메라롤 구입하고 나서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다름 아닌 골목길이었다. 어두운 골목길과 그 길을 비추는 가로등 하나만 있는 딱 그 풍경이 찍고 싶었더랬다.


집에서 한 20분 하염없이 카메라를 들고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다.


중간에 보이는 교회부터 대형 세차장, 저 멀리까지 길이 나있는 1차선 일방통행 도로 등 정말 이 동네는 좋게 말해서 앤티크 한 느낌이 가득했다. 물론 나는 아직 처음이라 보정도 사진 찍는 방법도 구도도 잘 모른다. 그냥 찍고 싶은 게 생길 때마다 카메라를 들이밀고 잘 찍혔나 보는 수준의 초보일 뿐이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려고 했던 골목길들마다 주차가 엉망진창으로 되어있어서 사진 찍고 싶다는 생각이 그다지 들지 않았다. 그래도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카메라를 제대로 들고 나온 날이니 기념으로라도 연습으로라도 찍어보자 하고 찍어봤다. 결과물은 처참했다.


그렇게 몇 번의 실패를 맛본 뒤에 골목길 끝으로 나가기 전에 굉장히 구도가 좋아 보이는 곳을 발견해서 사진을 찍게 됐다.


업로드용4.jpg


건물들 사이에 있는 그 작은 틈으로 자동차들이 브레이크를 밟으면 나타나는 붉은색 브레이크등이 굉장히 화려해 보였다. 마치 중국 축제나 일본 축제 현장에 가면 보일듯한 그런 느낌. 사실 사진 실력이 더 좋았더라면 더 멋지게 찍었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런 게 사진의 매력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크게 동네 한 바퀴를 돌면서 찍을만한 것들은 없을까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더 어두워져서 사진은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고 찍을 것도 마땅히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금요일 밤이라 그랬는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부담스러워서 카메라를 들이밀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쉬웠던 것은 집에 오는 신호등에서 만난 강아지가 있었는데 차마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너무 귀여워서요-라고 말을 걸고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으나 괜히 싫다고 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실 것 같아서 두 번이나 그런 기회가 있었음에도 말을 걸지 못하고 눈으로만 담고 왔다. 참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이 날 내 마음에 든 사진은 총 4장이었다. 보정까지 내 스타일대로 마친 사진은 총 4장인데 더 글을 쓰면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질 것 같아서 이만 줄여야겠다.


이렇게 사진을 찍고 편집하고 그때 겪었던 감정들과 같이 글을 쓰면 사람들이 좋아해 주려나 모르겠다. 사진을 찍으려 카메라를 들인 이유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를 기쁘게,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고 막연하게 구매한 것이긴 하지만 나도 참 대책없이 일을 저지르긴 했나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언젠가는 마음을 내려둔 글을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