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때까지 오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다양한 경험도 할 수 있었지만 그런 경험들과 감정들을 글로 써 내려간다는 것은 굉장히 힘들고 복잡하다. 복잡했고 글로 풀어내려니 어려웠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있었던 일들을 1부터 100까지 숫자를 나열하는 것처럼 글을 쓰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소위 너무 없어 보이기도 하고 그냥 투정을 부리는 어린아이가 되는 느낌이라 나 자신도 그걸 바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내가 겪고 있는 감정이나 겪었던 감정들을 내려두고 모든 것들을 써 내려가고 싶다. 그 감정들이 불만이든 짜증이든 나에게 거슬리는 일들이든 그냥 다 적고 싶다. 그리고 내 편이라도 들어달라고 애원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싶기도 하다.
가장 큰 이유는 본가에 들어온 이후에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더욱더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점인데 안 그래도 생각이 많았던 나는 크레이프 케이크처럼 한 겹씩 계속해서 쌓여나가기 시작한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그 스트레스는 풀릴 리 없었고 이 집에 묶여있는 영혼처럼 구천을 떠돌지만 발목에 있는 족쇄 때문에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가지 못하는 느낌이다. 사실 이때까지 글을 써오면서 그렇게 자유롭게 내려놓으면서 글을 쓴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하게도 그렇다고 말을 할 수 있다. 나는 항상 모든 것을 내려두고 이야기를 해왔지만 가족들이 연관되어 있는 부분은 최대한 조절하면서 썼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가까운 가해자는 내 근처에 있었으니 그런 것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은 조금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나도 사람들이 원하는 좋은 이야기, 기분이 좋아지는 말,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내 인생은 어느 순간부터 잘못 틀어지기 시작해서 이제는 완전한 다른 방향으로 걸어 나가고 있고 그쪽을 향해서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몰랐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이리도 빨리 세상을 떠난 여파가 남겨진 가족들에게 가져다 줄 후폭풍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냥 한 사람이 죽으면 끝날 줄 알았다. 가족들은 나를 아직까지도 어린아이 취급하는 꼴이 더 이상 너무나도 보기 싫었고 나 혼자서도 잘하고 잘 버텨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간섭하고 밥은 먹었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그 모습들이 너무 같잖다. 싫다.
하마터면 벌써부터 이런 이야기들을 하나씩 적어 내려 갈 뻔했다.
어제 새벽 유튜브로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를 리뷰해 주는 유튜버의 영상을 보다가 문득 느낀 점이 있었다. 호그와트의 주인 격인 덤블도어가 주인공인 해리포터를 가까이하지 않는 이유가 그와 붙어있고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볼드모트가 해리포터를 괴롭히고 죽일 것 같아서 일부러 거리를 두고 모른 체 했다고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순간들이 반복되자 해리포터는 계속해서 참다가 감정적으로 폭발해서 덤블도어에게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그린 영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이 나에게는 정말 깊숙하고 강하게 감정적으로 느껴졌고 해리포터는 시간이 지날수록 피폐해졌고 표정도, 성격도 안 좋아지고 아주 작고 사소한 일들도 크고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의지할 곳이 없으니까 점점 예민해지고 공격적으로 변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가 보이는 것 같아서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나도 모든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사소한 일이라도 넘기지 못하고 그게 가족이든 누군가가 됐든 함부로 넘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에게 중요한 건 카메라도, 실업급여로 돈을 받는 것도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러다가 정말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공포심이 든다는 게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이제 정말 바라는 것도 없어졌고 뭘 해도 즐겁지가 않고 심각한 경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남들은 70대가 되어서도 일을 열심히 하면서 어떻게 서든 살아가려고 하는데 30대인 나는 지금 왜 이런 사태들을 겪고 세상이 끝나고 내 인생도 끝났으면 좋겠다는 글을 쓰면서 바라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에게는 희망도 미래도 없다. 비단 노력하지 않아서 이렇게 된 건 아닐 거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많은 환경에 의해 나는 이렇게 만들어지고 이렇게 성장했고 이렇게 아픔과 고통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던 거겠지.
돈을 버는 행위도 가족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나를 멸시하듯 쳐다보는 눈빛도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