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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우연이란 건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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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이 바뀐 나는 의도치 않게 해가 뜰 때 잠들고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점에 일어난다.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밤이 지나고 새벽이 가득한 시간에는 이상하게 잠을 자고 싶지가 않다. 누군가가 강제로 마취를 한다거나 때려서라도 일단 몸을 눕히기만 한다면 그 이후로는 잠을 자긴 하는데 내 의지로 '벌써? 벌써 잘 수 없어 아직 내 뇌는 말짱하다!'라고 말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라서 잠에 들기 싫은 걸까?


오후 느지막이 일어나서 대충 끼니를 해결하려고 냉장고를 몇 번이나 뒤져보고 창고에 먹을 게 있나 뒤적거리다가 결국 전날에 마신 숙취가 아직까지도 해결이 되지 않아서 결국 매번 라면을 찾곤 하는데 라면이 없을 때는 결국 오랜 시간 굶거나 밥을 대충 해결하곤 한다.


그렇게 끼니를 해결하면서 tv를 켜서 볼만한 것이 뭐가 있나 하고 돌려볼 때면 요 며칠간 똑같은 프로그램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로 '김창옥 쇼'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사실 김창옥 교수님이라는 존재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20대 중후반 때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일을 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의 금요일에 김창옥이라는 분이 오셔서 특강을 해주신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문화센터에서 일명 vip 고객님들이 그런 교육이나 강연을 받을 때 세팅을 해주고 다음 행사에 차질이 없게끔 행사 마무리를 하는 일을 했었다.


그때 맨 앞자리에서 일을 하면서 나도 같이 강연을 들을 수 있었는데 정말 엄청난 입담과 공감능력이 있다는 걸 나는 그제서부터 알고 있었다. 그 이후로 그런 강연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던지라 별 관심이 없었는데 혼자 살 때는 tv를 볼 일이 없으니까 (셋톱박스부터 다 신청해야 하는 것이 돈이어서 신청하지 않고 유튜브만 주야장천 볼 때였다) 그런 프로그램을 접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아니 접할 일이 없었다.


본가로 들어온 이후 거실에 있는 tv와 하염없이 재미없는 것들밖에 없는 프로그램들을 지나쳐서 김창옥 쇼라는 것을 요 며칠새 보고 있는데 정말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내가 그런 프로그램이나 강연을 볼 때마다 늘 내 상황과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오늘 봤던 사연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남편이 집 안에서는 부인에게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물 심부름부터 술 심부름까지 시킨다는 사연이었다. 그리고 밖에서는 일절 그러지 않고 집에서는 정말 왕처럼 행동하는 남편을 고쳐달라고. 그리고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김창옥 쇼에 나오는 김창옥 교수님에게 이야기를 들으면 바뀌지 않을까 하고 신청을 했다고 했다.


https://youtu.be/soGAZqxySZw?si=3rECjqo9kzhu6K9k&t=540


자세한 내용은 9분부터 재생해서 보면 되는데 나는 이 영상을 보고 김창옥 교수님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 발생했으면 그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예민한 사람의 이야기부터 밖에서 역할놀이를 하고 있다는 것부터 정말 내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런 걸 보면 정말 누군가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 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어렸을 때도 가끔씩 그랬던 적이 있었다. 어렸을 때는 교회를 꽤나 잘 나갔는데 일련의 개인적인 일로 교회도, 친구도 모든 것을 끊고 지금은 이렇게 살고 있지만 정말 힘들 때 한번씩 교회를 몰래 갔었던 적이 있었는데 딱 한 번 찾아갔을 때의 목사님의 설교는 내가 방황하고 있거나 힘들어하는 것을 아시는지 그런 이야기를 주제로 설교를 하는 것이었다. 마치 나 들으라는 듯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그럴 때마다 정말로 소름이 돋았고 무서웠다.


그냥 조금 유난스럽게 오버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나는 저 영상을 보고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을 말로 풀어내는 것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지만 언젠가는 이야기를 하고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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