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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을 가족으로 들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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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누나가 4월에 결혼을 한다. 그 때문에 작년 12월에는 서로의 집안끼리 상견례를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본 상견례였다. 오랜만에 본 친누나는 살을 굉장히 많이 뺐고 내가 여태껏 봐왔던 누나의 모습과는 달랐다. 이제는 내가 누나보다 살이 더 많이 쪄서 다이어트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어색하지만 무사히 상견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도 나도 생각이 많아졌다. 엄마의 걱정은 앞으로 잘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었을 테고 내 걱정은 외부인을 가족으로 들인다는 것에 대한 걱정이 굉장히 컸다.


안 그래도 아빠의 죽음으로 아빠 쪽 친척들과 모든 연을 끊고 살아서 친척이란 가족이 굉장히 어색하고 낯설어진지 꽤 오래됐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굉장한 압박감으로 돌아오기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더더욱 불안하고 마음이 불편한 것은 내가 그나마 해왔던 사회생활과 회사생활을 안 하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난 뒤라 누나의 결혼이 더 부담스럽기도 하다. 물론 내가 혼자 사는 입장이었으면 가끔씩 만나자는 말도 바쁘다고 취업했다고 바쁘다는 핑계를 댈 수 있었겠지만 이 집에 들어오고 난 이후부터는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기도 그렇고 남몰래 나가서 싸돌아다니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물론 그렇게 하자면 할 수는 있겠지만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대놓고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나는 그 모습들을 너무나도 오래 보고 자랐기 때문에 분명 무슨 말이 나중에라도 나올 것이 뻔했다. 왜냐하면 아빠가 친척집에 명절 때마다 가면 그중에서도 앞가림을 못하는 동생들이 있었기 때문에 엄마가 그 친척을 보며 하는 말들과 아빠가 하는 말을 모두 듣고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좋은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사회생활과 돈 버는 일을 하지 않고 일을 하더라도 금방 그만두기를 반복하는 막내삼촌이 엄마와 아빠의 눈에는 정말 눈엣가시였던 것 같기도 하다. 일은 안 하고 술을 좋아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퍼주기만 좋아했던 막내삼촌에게 엄마도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고 아빠도 알게 모르게 아는 인쇄소 사장님들에게 소개를 시켜준다거나 챙겨주기에 이르렀다. 물론 그마저도 오래 하지 못하고 금방 그만두는 것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곤 했었다.


가족들이 자꾸만 모여서 식사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하는데 나는 정말 모든 행사에 참석하고 싶지 않다. 가족인데 일 안 하고 집에서 밤낮 바뀐 생활만 하는 백수 같은 인간이 무슨 면목이 있다고 그 자리 가서 하하 호호 웃으면서 남이 사주는 밥을 그렇게 먹을 수 있겠나. 물론 이건 피해의식이 아니다. 내가 보고 자란 것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상처를 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인데 가족들 마음은 그게 또 아닌가 보다.


누나의 남편은 회사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서 그 사람이 나를 보면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할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좋지 않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마치 아빠가 막내삼촌을 바라보며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못했던 것처럼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싶은 걱정스러움도 있고


괜찮은 카메라를 사기만 하면 하나 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 일이 점점 풀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오르막길에 놓여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카메라는 둘째치고 이걸 한다고 누군가가 알아주는 게 아니라는 걸 점차 느끼고 있다. 어떡하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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