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끼는 감정은 힘들다, 외롭다가 아니게 된 것 같다. 그저 불안하다는 마음밖에 들지 않는 것 같다. 정상적인 일을 하며 경제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마냥 부럽기도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삶을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싶기도 하다. 마냥 부럽다는 것은 사회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마주하고 부딪혀도 사실 이겨낼 힘이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럽다는 뜻이었다.
물론 세대가, 시대가 바뀌어서 그런 것도 하나 못 버티면 어떻게 험난한 세상 살아갈 거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래서 그런 사회생활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 열심히 살아온 것도 아니고 일에 미쳐서 미래를 위해서 미친 듯이 노력한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도전했고 그렇지 않으면 하지 않았다. 그걸 후회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일을 함으로써 즐거웠던 적도 있었을 테고 행복했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무수히 많은 과정들을 겪으면서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요즘은 그냥저냥 불안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밤낮이 바뀐 나를 보는 가족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일주일에 2-3일은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집에서 하루종일 뒹굴대고 있는 모습이라던가 뜬금없이 해가 다 떨어진 시간에 갑자기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오겠다고 말하는 모습도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 같기만 하다.
계속해서 반복하며 하는 말이지만 나는 구태여 이 카메라를 산 이유는 인물을 찍기 위해서였다. 인물 촬영에 너무나도 적합하다는 카메라와 렌즈를 구매를 했지만 가장 큰 부분을 착각하고 있었다. 인물 사진을 찍어줄 인물이 나에게는 없다는 것이었다. 일단 카메라를 사고 나면 인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인스타그램이나 어디선가 연습용으로 함께 사진모델을 해줄 사람을 구할 수는 있겠지만 사람을 맞이할 준비도 되지 않았던 나와 제대로 된 카메라 사용 방법도 모르는 내가 덜컥 인물부터 모집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좋은 결말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니까 정말 아무것도 못하는 무기력한 상태가 되어버린 것 같다. 아니 무기력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사람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면서 무슨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하는지 무슨 말과 무슨 대화, 무슨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관계를 나누어야 하는지도 사실 까먹었다. 모르겠다.
이런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사진 찍으실래요?라고 제안하기도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인 것 같고 나의 요청에 응해주는 사람이 있을지라도 그건 상대방에게 너무나도 무례한 행위가 될 것 같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사람을 만나면 아무것도 못하고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무기력과 불안이 같이 나를 잡아먹고 있어서 그런지 아무것도 못하겠다. 인스타그램 세팅을 하면서 왜 노출이 안되는지 이유를 알지도 못하겠고 해시태그에 노출이 되지 않는 이유도 모르겠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인터넷에 찾아보고 나오지 않는 내용들을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들밖에 없고 그마저도 완벽한 해결방법은 아니라서 그렇게 또 시간을 허비하고 있고 제대로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
집에서도 가족들 눈치를 받으면서 인간이 아니라 하나의 짐짝으로 취급되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나에게 어떠한 눈치를 준 사람도 나가서 돈을 벌어오라고 닦달하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은연중에 오가는 말들이 나에게 상처가 된다. 나도 혼자서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아직까지도 그런 눈빛으로 나를 대하는 가족들을 볼 때마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인간이라 가족들도 나를 포기한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든다.
정말 감사하게 카메라 글로 많은 분들이 봐주셨지만 사실 카메라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다. 그래서 어두운 이야기를 할 때면 글을 쓰기가 겁난다. 그 결과가 무엇이 됐건.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