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결혼식을 하는 친누나의 청첩장이 집으로 왔다. 청첩장을 만들면서 무수히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사실 이제는 좀 지겨운 이야기겠지만 아빠가 살아계셨더라면 청첩장 정도는 아빠가 만들어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분명했을 것이다. 이런 글을 쓰는 나도 계속해서 아빠가 그립다고도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상 아빠는 인쇄업만을 평생 하셨던 분이라 첫째 딸의 결혼식이라면 두 팔 걷고 세상에서 제일 좋고 멋지고 아름다운 청첩장을 만들어주려고 했을 것이다.
분명 이 마음과 생각을 누나도 했을 것 같다. 아빠의 마지막 임종을 지키지 못하고 수의를 입기 직전에 잠깐 봤을 뿐 더 이상 누나의 기억에는 아빠란 존재는 존재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영정사진도 없어서 가장 밝게 나온 얼굴을 합성해서 만들었을 정도로 아빠는 그렇게 급하게 하늘나라로 도망치듯 떠났다.
친누나가 곧 결혼식을 올리는 이유로 나는 그전까지 얼른 카메라를 습득하고 스킬을 키워서 누나의 결혼식 본식 때 정말 제대로 된, 멋진 사진을 찍어서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
물론 현장에는 전문 사진기사님이 오셔서 따로 찍어주시겠지만 친동생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나로서는 이렇게라도 누나의 결혼식에 조금이나마 보답을 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 아빠를 제대로 떠나보내지도 못한 누나에게는 참 허망하고 모든 세상이 무너지고 나보다 더 한 추락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아빠 역할을 대신해 줄 수 없지만 비슷한 마음을 선물하려고 하는 것 같다. 누나는 정말 악바리로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뒤 해외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한국에 들어와서 가족들과 함께 살았다. 그렇게 아빠의 흔적들을 하나 둘 지워가면서도 누나는 본인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굉장히 열심히 일을 했고 몇 년 전에 돈을 굉장히 많이 모았다고 이야기를 했고 그 이후로 알게 된 사실은 곧 결혼식을 하게 되었고 그 결혼식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고 쓰겠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물론 내가 아닌 엄마에게.
그래서 결혼식도 무려 강남에서 하게 됐다. 우리 집안 사정을 고려하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가족들은 친누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보니 그저 뭘 하던 말릴 수가 없었고 뭘 하든 응원하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누나가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내가 먼저 무슨 병이라도 걸리면 어떡하지라는 고민도 가끔 들긴 한다.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다. 하루 종일 잠만 잤다. 귀신에 씐 것처럼 정말 잠만 잤다. 잠을 자면서도 계속되는 악몽을 꾸었고 자면서 계속 뒤척거리면서 잠에서 깰 듯 말 듯 잠에 들듯 말 듯 그렇게 하루종일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1월까지만 방황하자고 했는데 곧 1월이 끝나간다. 사실 4월까지는 쉬엄쉬엄 해도 될 것 같은데 나에게 4월이 지나면 정말 그때부터는 모아둔 돈으로 할 수 있는, 돈이 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 그때 가서도 이렇게 하염없이 집에서 곡기나 축내며 술이나 축내며 살 순 없을 텐데 어떡하면 좋담.
이제 하나 둘 무언가에 투자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왔고 돈을 소비해야만 하는 순간이 왔다. 이게 내 인생에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겠지만 긍정이든 부정이든 뭐라도 해보려는 마음을 나 자신이 응원을 해줘야 할지 나 또한 믿지 못하겠다고 의심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야 하는지는 사실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그놈의 카메라가 뭐길래 그놈의 사회생활이 뭐가 싫어서 나는 이리도 어려운 삶을 택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