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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 좁아지고 시야도 사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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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능이 마비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계속해서 긍정적인 에너지나 좋은 생각들이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숨 쉬는 대로 살아지는 듯한 느낌이랄까. 잠이 오면 잠을 자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할 일 없으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영상이나 틀어둔 채 팔짱을 끼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타지에서 살 때는 이 정도로 무기력하거나 생각이 없거나 생각이 좁아진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은 없었다. 정말 단 한순간이라도 이렇게 하루가 무기력하고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전혀 없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큰 차이는 거주지가 바뀌었다는 것과 가족과 같이 산다는 것이겠지만 달라도 너무 많이 바뀐 것 같다. 모든 일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이 들 때가 많았고 사는 것에 대한 의미와 목표도 흐려졌다. 그저 방구석에서 유튜브 영상이나 틀어두고 바라보고 있는 노인네가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랄까


이런 비슷한 상황을 웹툰이나 영화에서 종종 마주친 것 같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유튜브에서도 패러디를 했던 것 같은데 BJ를 보면서 돈을 쓰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다들 부자인 줄 알고 회장이라고 불러주면서 돈을 몇 백만 원 혹은 그 이상까지 돈을 가져다 바쳤지만 사실 알고 보니 부모에게 받은 돈이나 카드를 가지고 그렇게 돈을 소비했다가 사채도 쓰고 뭐 그렇게 되어서 패가 망신하고 일용직으로 하루하루 먹고살면서도 그 사람이 주는 감정이 좋아서 끊어내지 못하고 계속해서 반복하는 그런 콘텐츠가 있었는데 내 꼴이 그런 것 같다.


물론 가장 큰 차이점은 돈을 누군가에게 쓴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냥 내가 좋아하는 내 피드에 뜨는 영상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이 사람들은 그렇게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콘텐츠도 찍고 돈도 투자해서 콘텐츠도 뽑고 그렇게 하는 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너무나도 많이 든다. 물론 내가 피해의식이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과 비교를 하는 것은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 그리고 조금 많이 과대하게 생각하는 경향은 있지만 정말 이렇게 몇 달 혹은 그 이상 살게 되면 정말 집에서 곡기나 축내는 그런 인간이 되어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한다.


요즘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잠에서 깨는 시간이 기하학적으로 변했다. 해가 뜰 때 잠에 들고 해가 지고 나서야 잠을 잔다. 그 습관을 바꾸어보려고 해 봤지만 너무 어려워졌다. 돌아가기 너무 어려운 지경까지 와버린 듯하다.


나름 카메라로 사진 찍고 다니면서 사람처럼 살아보려고 했고 인스타그램에도 사진을 주기적으로 올리면서 하나의 베이스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은 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없고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새 계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은 짧은 영상을 많이 써야 다양한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것 같은데 나는 카메라로 사진으로는 영상 쪽으로 만드는 게 조금 어렵기도 한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 아무런 생각도 아이디어도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요즘 유튜브에는 내가 이상하게 카메라를 사고 난 이후부터 카메라로 인물을 찍어주고 선물해 주는 그런 콘텐츠들이 너무 많이 양산됐다. 나는 그런 걸 보면서 저 사람들처럼 똑같은 포맷으로 하지 않고 나라도 다른 포맷으로 해야겠다 싶은 생각은 드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이디어가 생각나지가 않는다.


인간답게 사는 게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힘든 걸까 아니 나는 왜 이런 삶을 고집하고 있는 걸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있을 것 같은데 그 시야가 조금이나마 넓어지지 않는 것 같다. 계속해서 좁아지고 좁아져서 점점 어두워지는 것 같기만 하다.


충격적인 말이지만 나는 지금 정말 동물처럼 살아가고 있다. 망가질 대로 망가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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