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갑자기 든 생각이었다. 나는 요즘 하루에 한 끼를 먹거나 1.5끼를 먹곤 한다. 위장이 이제는 내 패턴에 적응을 했는지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괜찮을 때도 있고 24시간 중에 12시간 이상 공복으로 있어도 그렇게 큰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가족들이 밥 안 먹냐고 닦달하고 보챌 정도니까
워낙 눈치가 보여 겨우 밥을 한 끼 먹으려고 차리려는데 정말 불현듯, 문득 왜 이렇게 나는 한심하게 사는 걸까? 생각을 했다. 정확히 어디서 그런 느꼈냐면 밥을 차리는데 정말 혼자 오래 산 노총각처럼 반찬도 꺼내지 않고 국이 있으면 국에 밥을 말고 그 그릇 하나로만 식사를 때우는 모습을 보고 진짜 이제는 나이 들고 멋없는 노총각이 되어가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결혼하지 않은 노총각들이 보통 다양한 이유에서 밥을 제대로 차려먹지 않는다. 보통 나만 하더라도 하루에 한 끼 정도는 라면을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람인데 주변의 눈치 때문에 겨우 집에 라면이 아닌 음식을 먹거나 대충 때우거나 한다. 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라면밖에 없다.
그렇게 반찬도 없이 국밥 같은 걸 대충 만들어서 숟가락을 챙겨서 방 안에 들어와서 혼자 먹는 모습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렇게 처절하고 비참할 일이 또 있을까? 싶었다.
600만 원짜리 카메라를 샀다고 해서 내 인생이 바뀌거나 한 것은 없다. 물론 지금 나의 패턴에 영향을 주고 있고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마음을 심어주긴 했으나 그것뿐이었다. 그걸로 인해서 돈을 벌거나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예전처럼 회사생활을 하거나 사회생활 하고 싶지가 않아서 아니 정확히는 나같이 예민한 사람은 회사생활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회사 생활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 자신을 브랜딩 해보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에 각종 sns에 내가 촬영하고 후작업 한 사진들을 업로드하고 있는데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는 점점 내 사진을 봐주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내 사진을 가장 가까이서 마주친 사람들은 나에게 항상 사진이 이게 뭐냐며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말들만 하는 사람들밖에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에게 내 사진이 나만의 개성이 있다는 말을 들으니 굉장히 뿌듯했고 내가 바라보는 시선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할 수도 있고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물론 내가 정상적인 시선으로 모든 사물과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겠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나에게 오랜 시간 비관적인 말만 해대는 탓에 나는 자신감을 잃은 상태였고 그래서 15년 이상을 카메라에 관심을 끄고 살았고 그냥저냥 살아가는 과정을 핸드폰으로 대체하곤 했었다.
누군가가 내 사진을 괜찮다, 이쁘다고 이야기해주는 것도 너무 기쁜 일이고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가족들에게 도움 하나 되지 않는 그저 집에서 밥만 축내고 돈도 벌어오지 못하는 미련한 인간이 되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회생활을 못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나에게 돈을 벌어오라고 말하지도 않고 나에게 부담을 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나가며 해대는 욕과 무시하는 말들은 언제라도 나에게 상처를 주고 있고 상대방은 상처를 주는 말인지, 부모가 되어서 욕을 할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더 이상 하고 싶은 말도 없기는 하다.
이 집에 들어온 지 한 달 정도 된 것 같은데 엄마랑 밥을 같이 먹은 게 딱 한 번밖에 없다. 그만큼 피하고 싶고 마주치고 싶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물론 이 글을,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생각을 엄마가 인지하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파국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거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나 자신도 비참해지고 집으로 날아오는 독촉장만 생각하고 매달 나가는 돈만 계산하더라도 내 당장의 인생은 4월에서 멈출 것이다. 4월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