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두 달 정도는 버틸 수 있다. 그 이후가 문제지만 아직도 막막하긴 하다. 과연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무엇을 하는 게 좋은가 뭘 해야 돈을 벌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아직까지도 내리지 못했고 무수히 많은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그런 고민 속에 빠져 일반적인 회사를 다니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는 거겠지.
요즘 뭐가 문제인지 오전 시간에 절대 못 일어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문득 핸드폰으로 지속적으로 울리는 알람들이 자꾸 내 잠을 방해하는지 아니면 아주 추울 때가 아니라면 난방을 틀지 않는 이 집의 내 방 온도가 너무 낮아서 안정적으로 잠에 들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창문을 가려주는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들 때문인 건지 도대체 뭐가 원인인지 알 수가 없다. 술은 아주 미세하게나마 줄여나가고 있고 나도 최근에 좀 특이한 일을 겪어서 유튜브에서 알코올 중독자들의 영상을 보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건강을 신경 쓸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도 하게 되는 것 같다. 술은 아주 조금씩이나마 조절하면서 마시고 있긴 하다.
그렇게 잠의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하루종일 잠만 잔다. 그렇게 잠을 자고 가족들과 마주치면 나는 은둔형 외톨이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고 이불속에서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휴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잠만 자고 돈도 안 벌고 밥도 안 챙겨 먹는 무능한 놈'이라고 생각할까 봐 (물론 저렇게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그럴 수도 있다. 그건 내가 모르는 일이니까) 되도록이면 집에 누군가가 들어오면 깨어있는 척을 하거나 깨어있으려고 거실에 나가 앉아있거나 한다.
마주치면 사실 상대방이나 나나 기분 좋은 일은 아닐 테니까. 그래서 되도록이면 마주치지 않고 같이 밥을 먹지 않으려고 하는 건데 요 며칠간 너무너무 온도가 떨어지고 날씨가 추워서 집 밖을 나갈 엄두도 못 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 "집 나가지 말고 겨울잠이나 자"
저 말이 주는 위로라고 해야 할까 그런 감정이 담겨있는 말이었다. 마치 '그래 어디까지 자나 보자'라는 말은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너무 추워서 집을 나가는 것도 공포고 집에 있어봤자 같이 하는 건 없으니까 그냥 그렇게 하라는 말인데 그 말에 잠깐의 위로와 잠깐의 오해를 했다.
과연 나를 가엽게 여기는 걸까? 불쌍하다고 느끼는 걸까? 정상적인 사람들처럼 회사를 다니고 친구들을 만나고 술을 줄이면서 운동도 하고 자기 관리도 하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랐던 나의 가족은 지금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