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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란 인간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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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렇게 노골적으로 글을 쓸 마음도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또다시 뇌관을 건드려서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 되어버렸기에 그냥 그런 김에 하소연이라도 해보자고 쓰는 글이 되었다.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김창옥 쇼를 보곤 하는데 이걸 볼 때마다 내 시선이 제삼자가 되어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인 것 같다. 물론 김창옥 교수님은 화를 내시거나 당신 잘못이오!라고 말하면서 거드렁 피우셨던 적은 한 번도 없다. 물론 분위기를 살리자고 그런 장난을 치시기는 하지만 보통 화를 내거나 선생님 잘못이고 책임이며 문제가 많네요-라고 이야기를 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굉장히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그 영향인지 나 자신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물론 100% 이상 그렇단 소리는 아니고 한 30% 정도. 누군가가 나에게 피해를 입혔거나 정서적으로 아픔을 줬을 때 예전에는 모두 상대방에게 화살을 보냈다면 그 30%의 효과는 누군가가 나에게 피해를 줬을 때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리고 조금은 넓은 마음으로 저 사람이 아파서 그런 걸까? 저 사람에게 무슨 과정이 있었길래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생각을 조금이나마 하게 된 것 같다.


물론 30%라는 숫자는 저 생각을 딱 30%만 한다는 뜻이다. 10번 중 3번을 저렇게 온전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뭐랄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확률이 30%라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저걸 풀어서 표현하자면 '~~~ 왜 저 사람이 저럴.. 가?' 정도의 확률이랄까. 그러니까 아직까지도 가야 할 길이 많다는 소리인데 30%지만 조금씩이라도 저렇게 생각하고 나 자신을 돌볼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것 자체만으로도 김창옥 쇼는 나에게 굉장한 경험을 선물해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라는 존재는 나에게 참 악영향을 많이 주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내가 나잇값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서 불만이 쌓이고 있던 걸까? 아니면 돈을 못 벌어다주고 본인만 죽어라 고생하고 있다고 생각을 해서일까? 무슨 말만 하거나 생일이라고 용돈을 줬을 때 난 "이 집에 얹혀살면서 관리비도 못주는데 안 받을래"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지랄하고 자빠졌네 받아 그냥"라고 말하는 것부터 무수히 많은 부분에서 욕을 하면서 사람을 무시하기 이르렀다.


최근에는 내 방에 무언가를 가져다주면서 여태까지는 잘 숨겼던 탓인지 방에서 바로 보이는 곳에 소주병이 있어서 저거 소주병 아니냐고 이야기를 하다가 옥신각신 하게 되었는데 대뜸 "내 집에서 술 쳐마시지 말라그랬지?"라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을 듣고 벙 쪘다.


사실 엄마라는 사람이 아빠를 잃은 이후 새롭게 살게 된 집더러 '내 집'이라고 표현했던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평생 아빠한테 생활비 받아가면서 가정주부로만 살던 사람이 이전 집을 팔고 더 좁은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 모든 것은 엄마의 자산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자꾸 이 집더러 내 집이라고 표현하는 꼴이 너무 같잖지 않았다. 근데 이번에도 또 역시 내 집이라고 말하는 걸 보고 순간적으로 감정이 올라왔지만 그 프로그램을 봐서 그런지 순간 감정이 치고 올라왔지만 이내 '저 사람은 내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왜 자식한테 저렇게 급 나누기를 하고 싶어 하는 걸까 정말 못 배워서 저런 말밖에 못 하는 걸까. 욕하는 것도 그렇고 상대방 무시하고 본인에게 강요하는 건 싫어하면서 너 잘되라고, 더 맛있게 먹으라고 본인 마음대로 행동하고 말하는 게 과연 부모란 인간이 할 수 있는 말인 걸까'라고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저 말을 하면서 무수히 많은 감정들이 더 이상 감정적으로 날뛰지 않게 해 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또다시 집을 나가야만 이 꼴을 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


이런 일을 많이 겪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글을 써본 적은 없다. 그러니까 나는 내 기준에서 최대한 방어를 하고 나 자신이 감정 컨트롤을 하면서 꾹 참아왔는데 이번에 폭발을 해버린 것뿐이다. 어려서부터는 아빠를 싫어했는데 이제는 난 나와 연결된 가족들이 다 싫어진 것 같다.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건 부모란 인간보다 빨리 생을 마감하는 게 그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일 텐데 언제쯤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매번 집이 불편하면 안 된다고 집은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어야만 한다고 하던 사람이 갑자기 내 집이라고 편 가르기를 하는 꼴이 정말 같잖다. 본인이 이 집 사는데 뭔 도움을 줬다고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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