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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가족이 주는 행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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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없는 것이라 그런가 조금 더 그리워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와 우리 가족에게 있어 아빠란 존재의 빈자리는 그다지 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아빠는 가족들에게 존중받거나 멋진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남들에게만 친절하고 베풀어주고 가진 것 없어도 간이고 쓸개고 내어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빠의 죽음에는 슬픔보다 무서움이 더 크게 다가왔었던 것 같다.


'이게 사람이 죽는다는 건가'라는 느낌의 공포심만 가득했던 것 같다. 산소호흡기를 최소로 유지하고 임종방으로 옮겨지기 전까지는 그저 사경을 헤매느라 아빠가 힘들겠다 정도의 생각이었지 그 이상은 아니었지만 큰 임종방으로 옮기고 난 뒤에는 그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아, 정말 죽는구나.. 죽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그대로 세상을 떠났다. 평생을 가정주부로 살아와서 사회가 뭔지,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었다. 평생 아빠가 가져다주는 생활비로만 살았지 세상 밖으로 직접 나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활동 영역도 집 아니면 교회 그리고 나라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가끔 나가는 집회, 할머니 댁을 제외하면 가는 곳도 만나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을까. 길을 가다가도 음식집에 들어가도 보이는 것 중 가장 부러웠던 것은 온전한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아빠, 엄마가 손을 잡고 자식들끼리 같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그냥 왜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찡할 때가 있고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비단 보이는 것과 실제로 가족 구성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외부인인 내가 볼 때는 정말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구성원이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우리 집은 낡고 오래된 우리 동네처럼 볼품없는 사람들이 사는 집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며칠 동안 하나의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 사진을 찍으면서도 그들에게 없는 행복과 즐거움을 느꼈다. 그리고 고스란히 사진에 담겨있는 모습을 보니까 내가 놓치고 있었고 가지고 싶었던 것은 다른 것들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주는 웃음과 함께하는 순간이었던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사진을 넘기면 넘길수록 웃음 짓는 모습을 보니까 괜히 마음은 뭉클해지고 내가 바라는 건 도대체 뭐였을까 내가 기대했던 것은 싸움, 조장, 다툼이 아니라 그런 것들인데 그런 것들 조차도 내가 감당하기에는 아직도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괜히 생각이 많아지고 더 복잡해지고 미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해결되지도 않을 일인데 괜히 생각한다고 해서 좋을 리 없다. 감기에 걸렸으니 약도 먹었겠다 빨리 몸이 약을 흡수해 주길 바랄 뿐.

_DSF1904_워터마크.jpg

며칠 동안 글을 못 쓰기도 했고 사진 자랑도 할 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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