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살다 보면 듣는 이야기들이 몇 있다.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말은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밥 먹어야지"라는 말이 갑자기 불현듯 생각났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라는 문장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먹고산다. 먹고 산다는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안 먹어도 괜찮을 것만 같고, 먹더라도 만족하면서 먹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냥 나는 먹는다는 행위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남들이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먹읍시다!라고 이야기를 하면 보통 동의를 하지 못하지만 네네 하면서 따라가서 밥을 먹곤 한다.
사실 사는 이유가, 목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모든 게 희미하다. 돈을 벌어도 재미가 없고 흥미도 없고 가지고 싶은 것도 딱히 없다. 엄청난 노력으로 성공해서 정말 아무도 넘보지 못하는 으리으리한 집에 산다고 하더라도 그게 과연 행복일까 싶은 생각도 든다. 슈퍼카를 탄다고 행복할까. 집에 재산들을 무수히 쌓아놓는다고 행복할까. 건물주가 되어 한 달마다 수익을 얻는다고 한들 행복할까. 최신 핸드폰을 쓰고 그럴싸한 노트북을 가지고 마르지 않는 무한 카드가 있다고 한들 행복할까.
모르겠다.
행복해진다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 통용되지 않는 말인 것 같다. 무엇을 해야 행복하냐고 물었을 때, 딱히 떠오르는 기억이 없다. 집에서 둥가 둥가 먹고 마시고 자는 생활이 행복했을까, 집에서 지원해주는 용돈으로 먹고 놀고 망나니처럼 사는 게 행복했을까, 가족들과 여행을 가거나 외식을 한다면 그것이 행복이었을까. 모르겠다.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드문드문 피어나는 기억들이겠지만 지금 당장은 기억나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고 행복해지지 않고 항상 무언가 허전하고 공허하다는 느낌만 받았다. 병원에서 심리상담을 받는 와중에 좋아하는 게 뭐가 있어요?라는 물음에 나는 꽤나 오랜 시간 고민을 하고 고민을 해야 한다. 그마저도 없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거. 라며 대답을 했을 뿐이다. 누가 나한테 돈을 몇 십억을 준다고 해도 나는 행복하진 않을 것 같다. 지금 마음 상태로는 나에게 뭘 쥐어주더라도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또 전전긍긍하면서 행복해지는 이유가 뭘까, 목적 있는 삶이 뭘까 하면서 계속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일부러 생성시킬 것 같다.
트위터에서 글을 하나 본 게 있다. 모기에게 물렸을 때 '나는 왜 물렸지? 왜 저 모기가 나만 물지? 내가 여기 있어서 모기에게 물린 건가? 모기는 왜 나한테만 오는 거지? 모기가 어디서 들어온 거지? 모기가 내 피를 얼마나 먹었을까?' 라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예술은 할 수 있을지언정 인간답게 살지는 못할 거라는 글을 봤다. 그 글을 보자마자 나 같은 부류의 인간들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으리라. 그 까다롭고 까탈스러운 내가 그 글을 보자마자 깨닫는 것이 있었으니. 첨언하자면 나는 예술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어렸을 때 노래를 배웠고 대학교 전공으로 보컬을 공부했지만 그마저도 다 포기하고 주위 사람들과 노래하는 것에 포커싱이 되어있다. 그뿐이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2년 만에 졸업한 학교를 나오면서 든 생각은 난 예술하면 안 되겠다 하는 생각이었다.
무수히 많은 대학 행사나 졸업공연, 정기공연 등을 하면서 점차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무서움으로 표출되고 있었고 결국 무대 위에서,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뒤에서, 무대 뒤편에서 서포트해주는 것이 마음 편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완전히 진로를 바꾸어버렸다. 뭐, 보컬을 3-4년 했다고 해서 진로까지 음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쪽 계열에서 있을 줄 알았는데 대학교 졸업장을 받기 위해 쓴 돈으로 실질적으로 내가 깨달음을 얻은 것이라곤 사람들 앞에 서서 무언가를 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는 낙인이었다.
산다는 건 다 그런 거겠지만 남들과 달리 나는 유난히 더 힘든 삶을 보내는 것 같다.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정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특별 취급을 받고 싶은 것도 아니고 내동댕이 되어 낙오되는 사람 취급을 받고 싶은 것도 아니다. 내가 원하는 건 뭘까 도대체. 이 마음과 온 육체의 공허함은 어떻게 메꾸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