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하다는 것은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누가 증명해줄 수 있을까. 겸손은 누군가가 만들어 준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고 부모가 육아나 교육을 해서 생길 수 있는 성격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태어나길 그런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만이 해결방법이었던 것 같다.
요즘 고민이 많다. 사람의 결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사람마다 지닌 성향과 스타일, 말투, 행동 등이 모두 같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비슷한 사람을 찾아서 떠날 수는 없는 노릇. 다행히도 나는 나름 겸손한 사람으로 태어난 것 같다. 그런 기질을 타고난 것 같다. 누군가의 머리 위에 올라서서 세상을 내 발아래로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굳이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만 한다는 그 알랑한 생각이 꽤나 별로라고 생각했고 내가 너무나도 싫어하는 부류의 이야기이고 생각이다. 어려서부터 치열하게 살아왔던 것 같다. 하루 종일 공부를 하고 학원을 다니고 돈을 어린 나이부터 벌기 시작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치열하게 살아왔던 것은 아니었고 나에게는 하루하루를 이겨내는 것만으로도 치열하게 살았다고 받아들였다. 한 지붕 아래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틈 바구니에서도 살아남았어야만 했고 늘 다르게 받아온 애정의 차이를 감내해야만 했다. 어렸을 때 받은 애정의 차이가 한 사람의 평생을 좌지우지 만들 수도 있구나 하는 느낌을 요즘 들어 많이 받고 있다.
이래서 부모는 자식들을 평등하게 사랑해줘야 하는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사랑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그 아이들의 정체성과 마음속에 있는 무언가가 무너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가 더 겸손해지고 더 착한 행동을 해야만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성격과 생각들이 내 온몸을 집어삼켜 나는 아직까지도 이렇게 살아가는 것 같다. 일을 하면서도 어떠한 의견조차 낼 줄 모르고 좋은 방법이 뭐가 있는지 생각하거나 표출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냥, 그냥 고여있는 웅덩이처럼 그 채로 있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사교성도 없고 사회성도 없는 인간이 지독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지독히도 지옥과 같은 일이다.
그러니까, 겸손의 무게도 다른 것 같다. 겸손이란 방패로 방어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