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스에 있으면 다양한 강의들이나 원데이 클래스, 클래스가 열리곤 하는데 오늘은 남자로서 아니 나 자신으로만 두고 보더라도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았던 요가와 명상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다. 요가가 나와 맞지 않을 것 같아서 신청을 주저했는데 강사님이 함께 하자고 연락을 해주셔서 스케줄이 없으면 무조건 참석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다행히도 스케줄 조정이 가능해서 클래스에 참석할 수 있었고 시작시간 전부터 함께 루프탑에 올라가서 세팅을 함께 했다. 여담이지만 나는 그렇게 희생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누군가가 필요해요! 도와주세요! 하면 언제든 나서서 도와주고 싶다. 사실 이곳에서 있으면서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할 때, 도와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고민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자리 잡았나 보다.
그렇게 시작 시간이 되고 난 이후 나는 조금 늦게 합류를 했지만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루프탑은 날씨만 좋다면 바람도 잘 불고 사방이 뚫려있어서 온전히 하늘을 느낄 수 있는 완벽하고도 완벽한 장소이다. 루프탑에서 열 명 조금 안 되는 사람들이 동그랗게 옹기종기 모여 요가매트를 깔고 수업을 천천히 시작했다.
나는 헬스장을 제외하곤 요가나 명상은 완벽한 여성들의 소유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 내가 이곳에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했는데 나를 제외한 남자 멤버들도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구나, 내가 너무 좁은 세상을 살고 있었구나 생각도 잠깐 했다. 그렇게 수업을 진행하고 강사님이 선곡하신 음악을 틀어두고 설명을 듣고 한 자세 한 자세 천천히 배워나갔다. 6시 30분부터 진행된 이 클래스는 날씨도 완벽했고 바람도 완벽했고 무엇보다 함께 하는 사람들을 믿을 수 있고 증명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에 안심을 했다. (실제로 참가한 멤버들 중 2명을 제외하곤 다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라 이런 관계지향적인 수업이 마음에 들었다.)
천천히 그리고 점진적으로 속도를 높여가며 수업을 진행했다. 나는 몸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이고 운동이란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예전에는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었는데 요즘 들어 살이 쪄서 운동의 중요성을 느끼고는 있다지만 그럴싸한 운동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는 않았다. 삶이 바쁘고 정신없는 상태로 계속 진행되는 와중에 내가 운동을 해서 자기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결심이 잘 서지 않았다. 수업을 하고 느꼈다. 아, 내 몸은 정말 엉망진창이구나. 유연성을 포함한 육체가 굳어있구나 라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수업시간이었다. 이 수업을 진행해주신 강사님은 프리랜서로 활동을 하고 계셨다. 여러 방법으로 가까워진 강사님이었지만 이런 분을 논스가 아닌 외부에서 만나려고 했다면 엄청난 리소스와 커넥트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하긴, 운동이라는 관심사가 없는데 이런 실력을 가진 강사님과 어떻게 알고 지낼 수 있을까 생각도 들었다.
수업이 진행되는 순간들이 모두 소중했다. 귀했다. 사방이 뚫린 루프탑을 비추는 노을은 마치 스튜디오의 조명처럼 느껴졌고 그 모든 공간을 쓰다듬어주는 바람들은 강하게 불면서도 선선히 불어오는 하늘 바람처럼 다양하게 불어오는 그 바람들이 너무나도 소중했다. 강남의 꼭대기에서 그리고 무수히 많고 높게 솟아있는 빌딩들 사이로 내리쬐는 노을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했다. 노을과 바람, 그리고 구름 한 점 없는 투명하고도 맑게 개인 하늘은 바다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했고 투명했다. 수업 준비를 하려고 올라가는 계단에서 보이는 계단처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던 구름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우리의 수업시간에는 구름 한 점 없고 하늘을 가릴 것도 없는 루프탑은 그저 그 넓고도 맑은 하늘을 오롯이 즐기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날씨와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이 아니었으면, 오늘이 아니었다면 감히 느끼지도 못했을 하늘과 노을과 바람들이었으리라.
수업을 모두 진행하고 마지막으로 몸의 휴식을 위해 요가매트에 차분히 편한 자세로 손바닥은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있는 그 자세에서 보고 들려오는 소리들은 하나하나 고귀했다. 퇴근시간이 된 강남은 차 소리와 클락션 소리와 나무들이 부딪히는 소리들이 섞여 귓가에 맴돌았다. 누워있으면서 나의 몸을 휘감았던 바람들은 하루의 피로를 달래주는 듯한 느낌이었고 바람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나의 기분은 점점 더 올라가기만 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이렇게 누워서 차분히 바라보고 있었던 적이 언제였을지도 모를 정도였다. 하늘은 정말 맑았고 티 없는 바다와도 같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아주 맑은 동서양의 바다를 바라보는 것과 같았다. 경계가 없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그 속으로 빠져들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눈을 꼭 감고 바람을 느끼려고 했다. 나는 어렸을 때 새벽 바다의 무서움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에 조금은 무서웠지만 하늘이 아니더라도 노을과 바람들이 나를 위로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었다.
수업이 종료된 후, 강사님에게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고 내가 할 수 있는 표현을 마구마구 했다. 사회에서 만난 관계에서 나오는 뻔하디 뻔한 위로와 칭찬이 아니었다. 그때 내가 강사님에게 전달드린 말의 진심은 '제가 이런 요가와 명상 같은 것을 하게 될 줄 몰랐어요. 강사님께서 먼저 함께 하자고 연락하지 않으셨더라면 저는 감히 용기를 내기 어려웠을 거예요. 모든 것이 강사님 덕분이고 이런 귀한 경험도 강사님 덕분이에요. 이제 강사님이 필요하실 때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몸의 흐름을, 하루의 감정을 내 손으로 내 육체로 컨트롤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고마워요.'라는 진심이 담겨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나는 또 한 주의 마무리를 상쾌하게 할 수 있었고 그간 겪었던 불안함과 우울함도 어느 정도 바람과 하늘과 노을에 골고루 날려 보냈던 것 같다. 호흡의 이동부터 그 순간 느껴졌던 것들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우리를 비추었던 노을이 아직까지도 붉게 빛나는 것 같다. 꺼지지 않고 매 순간 밝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