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혼자 내려와서 뭘 했는지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흘렀다.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버스를 타고 바다로 갔고 짐이 많아서 버스에서는 자리에 앉을 수는 없었다. 40분가량을 가방 두 개를 짊어지고 서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리고 부산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님이 굉장한 운전실력을 보여주셨다. 신호등에 걸려 정차하고 있으면서도 갑자기 출발하는 급 악셀을 보여주셨고 그것 때문인지 도로를 따라 심장이 철렁대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소문이 자자한 부산 운전기사의 글과 영상을 봤는데 정말 운전을 무섭도록 잘하셨다.
그렇게 해서 숙소로 도착을 했고 숙소 체크인 시간이 오후 4시였는데 도착해 보니 20분 정도가 시간이 붕 떴다. 바다를 마주하고 사진을 찍고 그 자리에서 너무나도 신나서 그 자리에서 보정을 마치니까 오후 4시 정각이 됐다. 아쉽게도 부산에 있는 3일 동안 맑고 갠 하늘을 보질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흐린 하늘의 바닷가를 보는 것도 그렇게 아쉽지는 않았다. 흐린 날씨와 적절히 몰아치는 파도가 생각보다 잘 어울렸기 때문에
그렇게 숙소에 짐을 두고 카메라를 들고 숙소에서 나왔다. 사실 나는 엄청난 infp 중에서도 f와 p가 남들에 비해 극도로 높기 때문에 계획이란 걸 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숙소 근처를 걸었고 몇 번이나 부산 광안리를 와보았기 때문에 구석구석 골목을 돌아다녔다. 생각보다 몇 년 전에 온 광안리보다 훨씬 더 많은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홍대에서 볼만한 이자카야들도 많아졌다. 유튜브에서는 분명히 다 죽어가는 상권들에 젊은 사람들이 떠나서 도시가 소멸될 거라고 했는데 막상 바다 초 근처는 그렇지도 않은 느낌이었다.
근데 광안역 전 역에서 내려서 걸어서 바닷가까지 왔는데 많은 사람들의 말대로 오피스텔과 아파트를 짓고 있긴 했다. 그거 보면서 인프라와 노인들이 많은데 무조건 오피스텔과 거주형 아파트만 지으면 뭐하나 싶은 생각은 하긴 했다. 진짜 보는 곳마다 주거 건물만 주구장창 올라가고 있었다.
물론 타지인이 보는 부산과 부산에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관점은 분명히 다를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한다. 나도 버스를 타고 다른 곳을 갈 때마다 버스 밖의 모습들을 보면 정말 노인과 바다라는 말이 정말로 잘 어울리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도라는 곳을 버스를 타고 처음 가봤는데 그곳은 정말 소멸 직전의 분위기가 되고 있었다. 영도의 한 관광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청년층은 길거리에서 찾아볼 수도 없었고 버스에서조차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다른 버스를 갈아탔을 때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그 버스는 여고를 지나가는 버스였기 때문에 학생들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구경을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아쉽게도 비가 와서 카메라로 많은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그렇게 부산역에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광역버스를 타고 다시 광안리로 도착했을 때는 서서히 햇빛이 고개를 빼꼼 내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때까지 한 끼도 못 먹었기 때문에 배도 고팠고 다리가 무척이나 아팠다. 알고 보니 발가락 사이에 물집이 잡혀서 걷는 것이 꽤 많이 불편했었다.
그렇게 오늘은 부산에서의 마지막 밤이 되었다. 물론 나는 이 시간에 절대 자는 편은 아니지만 내가 잡은 이 숙소에는 숟가락, 젓가락도 없거니와 냄비와 그릇 같은 식기류가 정말 하나도 없었다. 인덕션과 전자레인지는 있었지만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식기들이 전혀 없었다. 첫날이니까 그럴 수 있나? 다음 날 물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오늘에서야 호스트에게 문의를 했지만 원래 식기류는 물컵 두 개밖에 제공되지 않는다고 했다. 뭐 평일이라 숙소비가 저렴했으니 그럴 만도 하려나..라고 생각했지만 냄비나 심지어 전자레인지에 물을 넣고 끓일 수 있는 것 하나 없다는 게 좀 의아하긴 했지만 어차피 오래 지내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후기로 쓰던가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냥 이렇게 잘 지내고 있고 술도 마시고 맛있는 것보다는 절약해서 먹고 있다. 대신 카메라로 사진을 많이 찍어서 꽤나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많이 간직할 수 있게 되었고 혼자 있을 때의 외로움이 나이가 차서 그런가 어느 정도 융화가 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100% 외롭지 않고 이제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어요-는 절대 아니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바닷가 근처에서 사진을 찍고 데이트를 하는 커플들을 보면 아직까지도 움찔움찔거리긴 한다. 뭐 당연한 거겠지.
오늘이 마지막 밤이라고 했지만 사실 하루를 더 보낼지 아니면 바로 집으로 올라갈지 고민스럽다. 사실 돈이 문제인데 금요일에 숙소를 잡는 것은 가격이 정말 미쳐버렸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그래도 다행인 건 오늘 체크아웃 시간이 오후 12시라 다른 곳들 보다는 조금 더 여유가 있다는 건 다행이기도 하다.
이렇게 보고 형식으로 글을 쓸 생각은 없었는데 그냥 무슨 일이 어떻게 얼마나 있었는지 나는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알려주려고 하다 보니 보고 형식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냥 아쉽기도 하고 시간이 굉장히 빠르게 지난 것 같기도 하고 무사히 시간들을 잘 보낸 것 같아서 한 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한다.
사진은 하나하나씩 보여드리고 싶은 사진부터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 잘 다녀왔어요.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것부터 돌아가서 생길 일들, 해야 할 일들이 문제인데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니면 또다시 회피하고자 다른 여행지를 갈 수도 있겠고요. 그냥 혼자 있으면서 혼잣말이 많이 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