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하루를 더 보낼까 아니면 바다가 보이지는 않지만 저렴한 숙소를 찾아서 하루를 더 보낼까 하다가 결국 숙소비만큼의 맛있는 술자리를 마무리하고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다. 사실 바다 근처에 산다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한 일이고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왔지만 그러기에는 주말 숙소비용이 너무나도 비쌌기 때문에 주말에는 지낼 수 없었다. 물론 온갖 발품을 팔고 눈을 낮추면 주말임에도 3-4만 원 선에서 숙박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을 수는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처절하게 이곳에 있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내가 부산에 있는 것이 이제는 즐겁다는 느낌보다는 사진을 찍고 흔적을 남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서울로 회귀를 결정했다. 물론 너무나도 아쉽다.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서 또 집까지 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막차를 탈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부산역에서 9시 29분 기차를 예약을 하니 해운대에서는 적어도 8시 30분 전에는 무조건 기차를 탔어야만 했다. 그래서 뭐 마지막 날이지만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놀지도 못하고 (는 아니지만) 유야무야 기차를 타게 되었다.
그래도 너무 좋은 기억들이 많았고 바다를 어우르는 사람들이 있기에 부산은 참 행복한 곳이라고만 느껴졌다. 커플들부터 시작해서 바다 근처에는 연세가 든 노부부도 손을 마주 잡고 바닷물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산책을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많은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혼자 여행을 와서 놀고 싶을 때 놀고 나가고 싶을 때 나가고 쉬고 싶을 때 쉬고 먹고 싶을 때 먹었던 적이 처음이다. 그리고 내 입맛대로 먹고 싶은 것을 찾아다닌 것도 새로웠고 내 의지는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내 손으로 도넛 가게를 가서 먹고 싶은 도넛을 두 개 고르고 포장을 해와서 숙소에서 먹었던 것도 참 의아한 일이었다. 나는 디저트를 먹어도 그렇게 무거운 음식을 먹지는 않고 끽해야 아메리카노를 먹거나 하는 수준이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렇게 하나 둘 변해가는 걸까 싶은 생각마저도 들었다. 오래전부터, 어려서부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지만 항상 남들에게 보여주는 사진을 보정하면 흐릿하거나 색감이 없는 밋밋한 사진으로 만들어두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곤 했었는데 지금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사진을 보면 누구보다도 쨍하고 색감이 가득한 사진들만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이것마저도 나이가 늙었다는 반증일까 싶기도 하지만 모르겠다. 젊을지도 모르겠고 나이가 들어서 취향이 바뀐 걸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고민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이번 혼자 다녀온 부산 여행이 꽤나 나에게는 감명 깊었던 것 같다. 물론 혼자라서 술집을 자유자재로 가지는 못했지만 혼자 숙소에서 좋아하는 유튜브를 틀어두고 마시는 것도 괜찮았지만 처량했다.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내가 마시고 있는 테이블과 놓여 있는 술과 안주를 바라보니 참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이 글을 쓰면서 먹은 술안주는 콜라와 핫식스가 전부였다. 그러니까, 동그란 투명 원형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거라곤 소주병들과 편의점에서 산 종이 소주컵, 콜라, 핫식스뿐이었다.
처량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티다 회귀하는 것 같다. 이제는 다른 곳으로 다시 가서 다른 사진을 찍어보려는 노력을 해봐야겠다. 물론 집에서는 돈도 없는 게 어딜 나가냐며 윽박지를 것이 눈에 훤하지만 모아둔 돈이 500만 원을 해치지 않을 때까지는 좀 다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