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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원이 대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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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통장에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찍혀본 1,000만원이라는 돈이 있었다. 그 돈을 은행 어플로 확인할 때만 해도 '이 돈으로 뭘 할까?' 라는 설레는 고민을 하곤 했지만 결국 그 돈은 1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의 보증금으로 잠시 떠났었다가 카메라와 노트북으로 영원히 증발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큰 돈은 사라졌지만 돈이 아닌 물질적인 것이 남았기 때문에 그것들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결국 아직까지도 돈을 벌고 있지는 않다. 4월의 어느 날 감사한 기회로 전시를 하게 되었고 전시하자마자 여자친구가 첫 전시를 축하한다며 액자 사이즈로 내가 찍은 사진을 인화해서 편지랑 선물을 해주었다. 그리고 여름이 다가오는 걸 무서워하는 나를 위해 여름을 잘 버틸 수 있는 아이템을 선물해주기도 했다. 사실 그런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그런 것들이 있으면 1년의 몇 달 정도는 잘 버틸 수 있지는 않을까 싶은 생각도 하긴 했다. 나는 여지껏 여름들을 겪어오면서 미리 예방을 하거나 무언가를 피부에 발라서 햇빛 알레르기를 더 심하지 않게 억제하는 방법을 사용하지도 않았거니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냥 여름은 나에게 천적이라 여름이 지나는 것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으니.


전시회 마지막 날에는 너무나도 감사하게 누나와 매형이 찾아와주어서 작품을 구매해주었다. 내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큰 부담이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응원한다며 구매를 해준 두 분이 너무나도 감사했다. 전시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 앞으로도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나를 사랑해서 결혼한 매형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누나도 나도 이제는 성숙한 어른이 되었으니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고 힘이 되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난 이후 내 통장의 플러스는 없었다.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계속해서 모아둔 돈을 소비하고 있는 형태가 되어버렸다. 나는 정말 다행스럽게도 아빠가 살아계실 때 내 명의를 빌려서 사업을 영위했지만 결국 그것에 대한 빚을 세상을 떠나면서 모두 해결해주기도 했다. 정확히는 돌아가시고 난 뒤에 가족들과 상의를 하고 해결을 한 것이지만 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 것은 아빠라고 생각을 한다.


그렇게 해서 나의 전 재산은 5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은 내 신용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지도 않고 그게 어떻게 변했는지도 궁금하지도 않다. 다만 고정적으로 큰 돈이 나갈 일은 없다는 것과 빚이 없다는 것 그리고 내가 가용할 수 있는 돈은 500만원 뿐이라는 것이다.


이 돈으로 무언가라도 하고 싶고 나를 더 알려서 좋은 사진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도 있을 것이고 작은 폴라로이드 사이즈로 내가 여태껏 찍은 사진들을 길거리에 뿌리고 다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자기의 것을 하는 사람들은 마케팅을 수도없이 생각하니까 나도 그렇게 홍보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무언가 벽이 느껴져서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말 다행스러운 점은 내가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욕구가 그리 많지 않고 그로 인한 돈이 들어가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게임을 좋아해서 현질을 하는 것도 아니고 쇼핑을 좋아해서 돈을 펑펑 쓰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내가 갖출 수 있는 것들을 갖추었지만 약간 모자르다 뿐이지 이 악물고 버티면 버틸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큰 불편함은 없다. 다만 앞으로 나에게 놓인 일들이 사람을 대면해야한다거나 사회적인 활동을 해야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수 있겠다.


삶을 다시 처음부터 새로 살아가는 느낌을 받고 있어서 글을 자주 쓰지는 못하고 있다. 즐거운대로 글도 쓰고 싶고 죽음과 점점 멀어지는 과정을 글로 표현하고 싶지만 그랬던 적이 이번이 처음이라 아직 너무나도 낯설기만 하다. 돈도 없고 아직 이렇다할 플러스적인 요인이 없기 때문에 허덕이는 것은 맞지만 마음 한 켠은 아주 따듯하고 쉽게 꺼지지 않을 마음 한 켠이 자라났기 때문에 조금은 더 힘내봐도 좋을 것 같다.


사실 너무나도 많이 겁이 나지만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힘을 내보기로 했다. 돈이 되는 일이든 돈이 되는 일이 아니든 일단은 해보고 뭐라도 해봐야겠다. 내 사진을 사람들이 좋아해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아주 작게나마 나를 알리려는 노력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타 sns에서는 사진 이벤트도 했는데 브런치에서도 요청이 들어온다면 할 의향은 있다. :)

하지만 내 사진이 정말 괜찮은 사진일까? 라는 의문에는 난 솔직히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_DSF309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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