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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생각보다 더 예민한 사람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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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성격만 예민한 줄 알았는데 이제는 다른 부분들에서 예민함을 느끼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카메라에 생긴 먼지나 화면에 있는 불량화소들을 병적으로 신경쓰는 것처럼 점점 나의 전반적인 생활에 있어서 예민해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상하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고 나는 그렇게까지 예민한 사람이 아닌 줄 알았는데 점점 예민함이 늘어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예민해지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것 같다. 사람들의 말 한마디,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들에 신경이 쓰인다거나 에너지를 그쪽으로 소비하게 되는 느낌도 들기도 한다. 얼마 전 마을버스에서 중고등학생들을 마주쳤는데 그 아이들이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 아무렇지 않게 앞 좌석에 발을 올리거나 아무렇지 않게 담당 선생님을 욕하는 걸 보면서 내 스트레스가 더 극에 달하는 느낌이었다.


모르겠다. 그들 인생은 그들 인생이니까 알아서 하겠지-라고 넘겨야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넘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이제 본격적인 장마가 찾아와서 그런지 사진을 찍으러 나갈 수 없어서 그런지 글을 쓰려고 하는 것 같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다.


집안 사정이 점점 좋아지지 않고 돈이 필요해지는 상황들이 잦아지기 시작해서 그런지 이런 저런 방법으로 살아낼 수 있는 방도를 찾고는 있지만 그 과정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지가 않다. 사진을 해서 돈을 벌고 싶고 인정을 받고 싶지만 그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 같다. 글을 오랜만에 써서 그런지 정말 두서없게 쓰는 것 같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혼자 있을 때보다 술을 마시는 건 확실히 줄었지만 확실히 먹지 않게 되는 날은 흔치 않은 것 같다.


주변 환경이 그렇게 어지럽지 않고 어렵지 않은 것 같은데 내가 받아들이는 것들은 벅찬 기분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생각이 많고 무슨 생각이든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 다시금 우울이라는 구렁텅이에 빠지는 것 같다.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지는 않지만 그 직전의 우울이라는 과정에는 확실히 들어선 것 같다.


혼자 이겨내려니 힘들었던걸까 아니면 큰 일도 아닌데 내가 크게 신경쓰는걸까. 요즘은 지나가며 듣는 몇 마디의 이야기도 너무 지치기 시작했다. 피로도가 굉장해지기 시작했다. 영양제를 먹어도 몸이 쉽게 나아지는 법이 없고 쉽게 지치는 것 같다. 올해까지는 그래도 사진을 해보려고 하는데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에게 남은 전 재산은 400만원 뿐이다. 6개월을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태평양 한 가운데 빠져 허우적 거리는 느낌이라고 하면 한 사람이라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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