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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초절전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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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뉴스에서 온갖 말도 안되는 기사들을 하나 둘 접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원래부터 다르게 살아왔기 때문에 내가 느끼기에는 그렇게 많이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었다.


미래가 없는 사람처럼 살았던 것은 사실이다. 돈도 없고 할 줄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돈이 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래가 없는 사람처럼 살아왔다. 내가 할 줄 아는 일이 있어도 크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설령 그것이 사진을 잘 찍는 행위라고 해도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터무니없는 실력이었다. 주변에서 인정을 해주더라도 내가 느끼기에 나의 미래를 바꿀 수는 없었다. 그 뿐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미래가 없는 사람처럼 살았고 한정된 지갑 안에서의 생활을 계속 하고 있다.


점점 돈이 사라지는 걸 내 눈으로 보고 있으니까 점점 불안해진 탓일까. 할 수 있는 일이라도 있을까 싶어서 아르바이트를 찾아보곤 했지만 결국 취업시장도 얼어붙었고 심지어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사장님의 입장에서도 한 가지의 능력이 있는 사람보다는 동시에 여러개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할텐데 애처롭고 안타깝지만 나는 그들의 만족을 충족시켜줄 수 없는 사람이다. 물론 하면 잘 하겠지- 하지만 이걸 면접단에서 어필이 잘 안되는 것 같다. 겸손한 탓일까? 잘난척을 하기 싫어서일까? 이것저것 할 줄 안다고 하면 기대감이 커져서 말을 안하고 숨기는 것일까?


엄밀히 따져보자면 세가지 다 맞는 말이긴 하다. 그 부분에서 타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고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 설령 마음에 드는 곳이 있더라도 마음을 쉽게 포기하고 ‘돈’을 먼저 생각하고 자존심을 굽히지 못하겠다.


이런 생각으로는 무슨 일도 하지 못한다는 걸 안다. 그리고 지갑은 점점 얇아지고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 수록 하루하루 생명이 깎이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다고 부모에게 손을 벌리자니 이제는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모아둔 돈과 쓸 수 있는 돈으로 만족하며 지내다가 0이 되는 순간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무척이나 대책이 없어보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것 뿐이다. 그렇게 0이 되면 +가 되었든 - 가 되었든 뭐라도 하려고 하겠지. 그런 날이 오면 함께 사는 가족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입을 꾹 닫고 살아갈 것 같다.


이것도 저것도 온통 부담해내야 할 것들이구나. 고정비용으로 나가는 것들과 사용 가능한 돈의 한정이라니 이보다도 슬픈 일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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