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근성? 구두쇠? 절약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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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엄마 명의로 된 아파트에서 살고 있으니까 이렇게 태평하게 두 발 뻗고 자고 일어나서 밥을 먹고 또 노곤노곤해지면 소파에 누워서 잠을 자고 몸 상태가 안좋으면 며칠이 되었건 집을 나가지 않고 집 안에서 요양을 하기도 하고 하루의 반 이상을 이불 속에서 보낼 때도 있다.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찬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몸은 이불 안에 있으면서 그 찬바람을 느끼는 그런 감정을 느낄때도 많다. 물론 한여름에는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없다. 지금 이 시기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거지근성일까? 구두쇠일까? 그것도 아니면 나는 그냥 절약정신이 투철한걸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가장 첫번째로 이 집은 이제 엄마 명의가 아니라 나라에 귀속되어버린 이 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나 나나 살아있는동안까지는 두 팔 두 발 뻗고 쉴 수 있고 막말로 집주인에게 쫓기거나 눈치 받으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이지만 문득 내가 이렇게 쉴 수 있는 이 집이 사라지면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다. 그런 생각은 화장실을 한번씩 왔다갔다 하면서 더 크게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이 집이 아니었다면 나는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 할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화장실이 괜찮다면 한 달 월세가 60-70만원 하는 방 한 켠에 딸려있는 화장실에서 제대로 목욕도 하지 못하는 집에서 월세에 휘청거리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고 생각을 했을 때 나 혼자 살았던 때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혼자 살면서 가장 큰 문제는 물이다. 혼자 살면 물도 사먹거나 정기배송이나 정수기 월마다 결제를 해야한다. 정말 다행히도 내가 살았던 원룸에서 멀지 않은 곳에 노브랜드도 있었고 코스트코도 있었어서 물을 수급하는데에는 큰 문제는 없었다. 2L 짜리 6개가 비싸야 2,500원 정도, 코스트코에서 구매를 한다면 그보다도 훨씬 더 저렴하게 사올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코스트코 멤버십 카드가 없어서 결제를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어찌저찌 버티다가 물이 없을 때는 수돗물을 끓여서 마시곤 했다. 자기 전에 가장 큰 냄비에 수돗물을 가득 담아서 옥수수차를 만들 수 있는 끓여먹는 옥수수를 어디선가 사와서 그걸 한가득 넣고 좁디 좁은 원룸 안에 수증기가 가득 찰 정도로 끓이고 불을 끄고 잠을 자고 일어나면 그 물은 식어있어서 급하게 물이 없을 때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물이 떨어지면 물을 끓여서 먹곤 했다. 수돗물이건 아니건 그건 나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라도 물을 마시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문득 그냥 그 때의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정말 뇌리를 스쳤다고 해야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 집과 엄마와 나의 미래가 어떻게 되던 시간은 흐르고 인생도 흐르고 나이는 먹고 엄마는 점점 나이가 들어갈텐데 그 때는 내가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까 싶은 고민과 걱정이 아주 많다. 심지어 난 다단계 때문에 신용 등급이 박살이 나서 대출은 꿈도 못꾸는 상황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어려서부터 아껴서 주택 청약을 들은 것도 아니다. 미래를 단 한치도 꾸미지 않았던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런 해답이 없다.


이제부터 다시 살아가려고 하니 자꾸만 탈이 난다. 이 이야기는 언제부터 입꼬리처럼 똑같이 하는 것 같은데 새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 그렇게 살아가면 내가 과연 적응을 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도 걱정이고 눈 앞에 놓여진 모든 것이 고민이고 걱정이다.


어떻게든 되려나? 수긍하고 살아갈 수 있으려나? 누구 말마따나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말이 나에게 닿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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