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하는 생각이다.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말과 모르겠다는 말을 항상 입에 담고 살아왔다. 앞을 바라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 항상 벼랑 끝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텅 빈 큰 구멍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사건이었던 아빠의 죽음 이후에 삶과 죽음에 대한 경계가 서서히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렇게 열심히 살던 사람이, 저렇게 주변 사람들을 위하고 위해 사는 사람이 허무하게 죽는 모습을 보고 경계가 흐릿해졌다. 죽어도 괜찮지 않을까? 죽음이란 건 그렇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까지도 했었으니까
허무맹랑하게 죽고싶다는 생각은 이제 더이상 들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나는 사진을 찍으면서 각종 플랫폼에 사진을 이쁘게 작업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보기 좋은 색감을 찾고 사진에 그 색을 입히고 그 사진을 소개하고 알리고 있다. 지금 10개월 가량 그렇게 살고 있지만 큰 수확이랄 것은 없다. 나 나름대로 생각해보자면 인생 처음으로 갤러리 라는 장소에서 내가 직접 촬영한 사진 세 작품을 걸어서 많든 적든 사람들에게 보여졌다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고 그 이후에 좋은 기회가 닿아 일산의 작은 개인 카페에서 20개 작품의 전시를 혼자 했었던 적도 있었다. 물론 카페 사장님도 그림을 그리시고 예술을 하시던 분이시라 개인 건물이라거나 월세를 받으면서 영업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전 일찍부터 점심시간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머지 시간을 카페에 할애하시면서 운영도 하는 정도였으니 여유가 넘치지는 않았으리라 감히 짐작해본다. 하지만 사장님은 그런 경제적인 자유보다 내면의 깊이와 크기가 태평양보다도 넓으신 분이었다. 대화를 나누어보니 정말 멋진 어른이구나, 이런 어른이 되고싶다의 표본이셨다.
그리고 가장 큰 일은 6개월 간 네이버의 챌린저 프로그램에 선정이 되어서 8월부터 사진과 동영상 위주로 내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블로그만하지도 못하고 인스타그램과 틱톡의 숏폼을 따라가려고 하는 탓인지 정말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이나 계정 자체를 팔로워 해주는 사람들은 많이 없다. 네이버는 아주 오래 전부터 품앗이라는 걸 해왔기 때문에 내 기준에서 네이버 팔로워는 그다지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후죽순으로 숫자 늘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팔로워가 많다고 정말 내 사진이 대중에게 먹히는구나! 라는 생각은 일절 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콘텐츠 제작 비용이 지원되어서 조금 더 열심히 하고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사진 찍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피드백도 없고 반응도 없는 네이버에서 사진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심심한 일이기도 하다.
10개월동안 큼지막하게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이 세가지 일 뿐이다.
물론 이렇게 하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고 좋은 사람들의 덕을 보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이룬 것이 아니다. 네이버 프로그램에 선정된 것은 인스타그램에 주기적으로 업로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좋게 봐주셔서 선정이 된 걸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만하지 않고 그저 단순한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프로그램 발표 날 눈을 가리고 클릭해서 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는 문구를 보자마자 눈물이 났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내가 해오던 사진을 찍고 작업하고 이 사진들을 보여준다는 행위를 인정받는 듯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험난한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하루에 몇 개씩 작업을 하고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를 하는 것에서 끝나면 절대 안된다는 것도 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지치면 안된다는 말이 나에게 가장 와닿았던 터라 지치지 않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도 하면서 밸런스를 잘 잡고 있다. 솔직한 내 마음으로는 언제까지 돈도 안되는 사진을 붙들고 있어야하는지 모르겠어서 다른 일이라도 해야할까, 투잡을 뛰면서 해야하는데 내가 지금 다시 사회로 나가서 다양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부대끼면서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그렇다고 평생 손가락만 빨고 살 수만은 없으니 어떠한 돌파구라도 좀 찾고 싶은데 자꾸만 사진 하나로 돈을 벌고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그러는 것 같다.
남들은 정말 죽어라 광고비도 쓰고 자기 자신을 알리고 자기가 찍은 사진도 아침 저녁으로 도배하고 클라이언트 소위 소비자가 어떤 플랫폼에서 사진 작가를 구한다는 글을 쓰면 너도 나도 불나방처럼 우리 사진 좋아요! 우리 사진 멋져요! 이쪽으로 연락주시면 잘 해드릴게요! 라고 쓰는 그런 삶을 살아야하지 않나 나는 지금 너무 태평하게 놀고만 있는 건 아닐까 노력이란 걸 하기는 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진짜 돈을 벌고 열심히 보람찬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지금 이렇게 사는게 죄악일지도 모르겠다.
방법을 모르겠다. 날 알리는 방법도 내 사진을 알리는 방법도 어떤 돌파구가 있는지 어떻게 노력을 어떤 방향으로 해야하는지 아무런 감이 오질 않는다. 그저 기계처럼 사진을 찍고 작업을 하고 올리고 하는 수준이 아니라 조금 더 나아가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 오죽했으면 전시가 끝난 사진을 판매해보려고 당근에 글도 올려보고 하는데 딱히 수요가 없는 걸 보면 아직 내가 한참 모자른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주변에서 잘 될거다, 아직 네 차례가 오지 않았다, 기다리면 좋은 날 올거다 라고 이야기 하는 말이 슬슬 명절에 결혼은 언제하냐? 라는 말처럼 뾰족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아무도 나에게 빨리 돈을 벌어오라거나 그렇게 살지 말라는 둥의 비관적인 말을 하지 않는다. 잘 될거다 라는 좋은 말, 희망찬 말만 해주는데 나는 과연 그들의 말에 보답을 하고 있는걸까 아니 보답을 하려고 노력은 하기는 할까 어떻게 노력을 해야할까 조금 더 집 밖으로 나돌아다녀야할까? 새로운 것들을 찾더라도 이미 플랫폼의 한계를 맞아 더이상 나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나는 그리고 수많은 고민을 하는 사진 찍는 사람들은 어떤 해결책을 이용해야할까...